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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업하는 건물주 Sep 15. 2024

식당이 망하지 않으려면

두 가지만 염두하자

 


 안 힘든 일이 없겠지만 식당 운영은 정말 힘들다. 신경 쓸 것이 많아도 너무 많다.


 청소, 음식준비, 요리, 설거지, 정리는 기본으로 잘해야 하고, 손님께도 친절해야 하고, 실수하면 사과도 잘해야 하고, 직원 관리도 잘해야 하고, 남편과 합도 잘 맞춰야 한다. 부가가치세 신고도 잘해야 하고, 직원분들 월급도 챙겨 드려야 하고, 카드값도 신경 써야 하고, 월세도 신경 써야 하고, 매일 장도 봐야 하고, 필요시 인터넷으로 주문도 넣어야 한다. 눈에 띄는 것으로 쉽게 고르면 참 좋겠지만 마트마다 가격을 비교해서 저렴한 것으로 사야 하고, 사이트를 여러 군데 비교해서 결제를 해야 하니 여기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손님이 많이 다녀가셔서 홀이 엉망이라면 브레이크타임에 깔끔하게 정리를 해놓아야 하고, 일부 소진된 음식이 있다면 브레이크 타임에 다시 만들어 놓아야만 저녁 장사도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투잡, 집안일, 아이들까지 신경 쓰다 보면 쉴 틈이 없다.


 그런데 최고의 문제는 따로 있다.

 순이익!

 이렇게 신경을 쓰는데도 장사가 안되면 끝이다. 파산할지도 모른다. 장사는 순이익만 많이 남기면 된다. 순이익이 많이 남으려면 매출이 높아야 하고, 돈관리를 잘해야 하고, 씀씀이 조절도 틈틈이 해주어야만 한다. 넉넉하게 고 싶다면 쓰리잡, 포잡을 하거나 사업 하나에만 올인해서 죽을 둥 살 둥 무조건 순이익을 끌어올려야만 한다. 버는 대로 다 쓰는 건 미래가 없다.


 그래서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꼬박꼬박 월급이 나오는 회사원을 하지, 왜 자영업을 해서 이렇게 힘든 일을 자초했냐며 신세한탄을 한 적이 있다. 계획형인 나는 월급이 좋다. 딱 정해진 금액에서 관리를 하면 되니까 얼마나 마음이 편한가.

 굳이 회사원이 아니더라도 반찬 가짓수가 적은 음식점을 했더라면 지금보다는 더 편했을 텐데, 커피를 판매하는 카페를 운영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편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아침마다 밑반찬을 여러 개 만들어서 힘들고, 불조절을 실패하면 금세 끓어 넘친다거나 쉽게 상하는 성질을 가진 까다로운 순두부를 왜 선택해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거기에 한식 자체가 저평가되어 있다 보니 음식 가격을 책정때에도 굉장히 아이러니했다.


 몸은 힘들고 기운도 나질 않아 툴툴거리며 일을 하고 있는데 거리에 처음 보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우리 매장 근방에 새롭게 오픈할 식당의 현수막이었다. 돼지국밥집!

 얼마 뒤에 또 다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근방에 새롭게 또 오픈하는 식당이었다. 돼지국밥집!

 몇 개월 뒤에 또 매장 오픈 현수막이 걸려 있다. 곰탕집!

 돼지찌개집, 쪽갈비집, 한식집, 삼계탕집, 분식집, 해물찜집, 알탕집, 치킨집, 김치찜집, 어탕칼국수집, 고깃집, 여러 종류의 치킨집, 여러 종류의 카페들 등

 굉장히 다양하면서도 겹치는 매장들이 자주 생기고 자주 사라지는 추세가 이어졌다. 심지어는 치킨집 옆에 치킨집이 들어서고, 분식집 옆에 분식집이 오픈하는 경우까지 생겼다. 서로 얼마나 껄끄럽고 불편할까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순두부집은 우리 집이 유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판매 메뉴 중에서 수제 콩국수가 있는데 콩국수를 판매하는 매장들은 주변에 여러 곳 있기는 하지만 순두부찌개 전문점은 2024년 9월 현재까지도 우리 지역에서 우리 집이 유일무이하다.


 "아! 이게 바로 진입장벽이구나!"


 진입장벽이 높아서 순두부찌개 매장이 없는 것 같아서 진입장벽이 오히려 무기로 변신하는 순간이었다.

 그제야 남편에 대한 원망이 고마움으로 바뀌었다.

 얼마나 좋은가! 독점할 수 있다는 게!

 세월이 흘러 언젠가는 경쟁업체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의 추세를 봤을 때 우후죽순 늘어나진 않을 것 같고, 순두부찌개 전문점이라는 타이틀을 7년째 독점하고 있어서 단골손님들을 많이 확보하고 있으니 뒤늦게 오픈하는 경쟁업체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손자병법』중 '용병의 원칙'에 기록된 내용을 보면

-적이 침입하지 않으리라는 예측을 믿을 것이 아니라 아군이 충분한 대비책을 갖추고 적의 침입을 기다리는 것을 믿어야 한다. 또 적이 공격해오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믿을 것이 아니라, 아군이 적의 공격을 좌절시킬만한 충분한 대비를 하는 것을 믿어야 한다.-


라고 되어 있다.


 식당 운영은 정말 힘들고 어렵지만 그 와중에도 순수익을 많이 만들어 놓아야 버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경쟁업체까지도 신경을 써야 하니 어떤 사업을 하더라도 유일무이하게 독보적인 것을 먼저 선점하거나,『손자병법』에서 알려준 것처럼 경쟁업체는 언제든 생길 수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고 있어야 한다.

 이것이 식당이 망하지 않는 원초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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