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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업하는 건물주 Oct 08. 2024

13. 마의 3일

쉽지 않은 구인



 "일 그만두고 싶어요. 새로운 분 빨리 구해주세요."


 손님이 많아도 너무 많다고 한다. 새롭게 채용한 직원분이 버티지를 못했다. 오래 근무한 직원분은 오픈준비도 같이 하고 손님이 많아도 척척 잘해주고 계시는데 초보 직원분들은 이런 경험이 없으시다 보니 많이 버거우신 듯했다. 그래서 빨리 다른 분으로 채용했고 그분은 그만두셨다. 새로운 분과 함께 합을 맞춰서 일을 하는데 이 분도 3일 만에 그만두셨다. 또 채용을 했다. 그런데 또 그만두셨다. 

 직원 모집 공고글을 자주 올리면 매장의 이미지가 안 좋아질까 봐 마음은 쓰이지만 안 구할 수는 없으니 꾸역꾸역 계속 올렸다. 그만두시는 분들마다 힘들다고 하셨으니 아예 2명을 채용했다. 그런데 한 분이 첫 출근 후 둘째 날부터 출근하지 않으셨고 홀로 버티시던 분도 결국 또 그만두셨다. 

 구인이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였다. 일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운데 3일마다 구인광고를 올려야 하고 구인이 되더라도 그만둔다는 말씀을 하실까 봐 매 순간이 조마조마했다. 어떻게든 직원분들보다 일을 더 많이 하려고 노력했지만 이런 도움은 너무 약소했는지 어김없이 다들 일을 힘들어하셨다. 

 그렇게 2개월이 지났는데도 구인은 변함이 없으니 도대체 언제 안정기가 찾아올까 궁금할 지경이었다.


 그렇게 또 면접을 보고 여느 때와 같이 새로운 분과 함께 일을 했다. 웃는상에 미소가 아름다운 분이었는데 이틀이 지나고 삼일째가 되니 역시나 표정이 굳어지셨다. 힘이 드신 모양이었다. 그만둔다고 하실까 봐 불안하고 조마조마했다. 마의 3일만 넘겼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데 처음으로 일주일 동안 근무를 하셨다. 정말 다행이었다. 하지만 웃는 상은 어디로 갔는지 뚱한 표정만 지으셔서 눈치는 계속 보였다. 느낌상 또 그만두실 것 같았다.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하며 주말 잘 보내시고 월요일에 뵙자고 웃으며 인사를 드렸다. 퇴근을 하셨다. 아니나 다를까 늦은 오후에 직원분의 전화가 왔다.


 "일이 너무 힘든 거 같아요. 보조이긴 하지만 주방 일까지 돕는 건 무리고 홀만 하고 싶어요."


 그만둔다는 말씀이 아니라서 일단 마음이 놓였다. 다른 분들은 그만둔다고만 했었는데 이 분은 어떻게 힘든지 이유를 말씀해 주시니까 힘든 점을 해결해 드리고 싶었다.

 힘든 부분을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주방은 안 도우셔도 되고 홀만 봐달라고 말씀드렸더니 직원분이 깜짝 놀라시며 

 "이게 뭐가 힘드냐고 핀잔 주실 줄 알았는데 이해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저도 열심히 해볼게요."

 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에 나도 놀랐다. 그만두신다는 말씀을 안 하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오히려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두 가지 이유의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주말과 휴일을 보냈다. 그런데 월요일이 되니 걱정이 되었다. 연락 없이 출근을 하지 않을까 봐...


 다행히 월요일에 그분은 정말 출근을 하셨다.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통화 내용에 대해 한 번 더 말씀하시며 이해해 줘서 고맙다는 감사의 마음을 한 번 더 표현하셨다. 나보다 나이가 세 살 많으신데도 깍듯하게 예우해 주시고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분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이 분께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손님이 많다 보니 직원분의 표정은 여전히 좋지 않았고 불친절한 손길이 여러 번 보였다. 물통은 두 손으로 잡고 공손히 놓아야 하는데 한 손으로 던지듯이 놓는 모습이 포착되어서 홀 서비스 교육이 필요했다. 명령조로 말하면 기분이 상하니 대화를 나누었다.

 "언니는 이제 홀담당이에요. 홀은 손님맞이를 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우리 매장에 간판과 같아요. 간판은 잘 웃어야 하고 친절해야 해요. 언니로 인해서 정가한의 매출이 올라갈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으셨어요. 언니는 웃는 모습이 예쁘시더라고요. 평소에 가지신 예쁜 미소를 손님들께 보여주면서 일하시면 기분도 좋아지고 손님들이 절대로 언니를 함부로 대하지 않아요. 대접받고 싶은 만큼 상대를 대우해 주세요."

 더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일일이 지적하는 것은 상대의 열정을 깎아내릴 수도 있고 스스로 생각하는 기회를 뺏기 때문에 꼭 바뀌셨으면 하는 부분만 말씀드렸다. 기분이 나빠서 그만 두신 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사장으로서 할 말은 해야 했다. 

 하지만 나의 걱정과는 반대로 직원분은 서서히 미소를 되찾아가고 있었다. 굉장히 밝은 톤으로 반갑게 손님을 맞이했고 기분 좋은 농담도 주고받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생각보다 손도 빨랐다. 일이 익숙해지니 나보다 일을 더 잘했고 상황 판단 능력도 굉장히 우수해서 일처리가 척척이 었다. 틈틈이 쉴 거 쉬면서 맡은 바 최선을 다하시니 믿음이 가기 시작했다. 나도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었고 사적인 이야기와 농담도 주고받으며 친밀감을 쌓아갔다. 그러다가 한 달을 채우고 월급을 받으셨다.

 "그동안 왜 다들 그만두셨지? 해보니까 할만한데! 일주일이 힘들었지 해보니까 괜찮네요."

 오픈 빨도 살짝 빠진 느낌이 들 때 좋은 직원분을 만나게 된 것이 행운이었다. 

 월급 받을 때마다 항상 감사하다는 문자를 주시고 작은 거라도 챙겨드리면 다음 날 커피나 간식을 꼭 챙겨 오시니 정이 많으신 분 같다. 그리고 주변 지인분들께 우리 매장 칭찬을 많이 하시는 모양이다. 정가한에 일자리 없냐고 계속 묻는다고 한다. 사람 구할 때는 말 없더니 다 구하고 나니까 왜 묻는지 모르겠다며 웃어 보였다. 

 "아줌마들 집에 있으면 뭐 하냐고, 나와서 용돈 버니까 좋구먼."

이라고 하셔서 맞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제 모든 것이 순탄하게 흘러가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또 터졌다.


 이번에는 주방이었다. 정가한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직원분이 허리통증으로 인해 더 이상 근무가 어렵다고 하셨다. 청천벽력 같은 말이었다. 핵심멤버가 그만 두신 다고 하니 정말 비상이었다. 핵심멤버만큼 잘하시는 분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붙잡으려고 했는데 허리가 너무 아파서 안된다고 하셨다. 안 아프면 계속하고 싶은데 본인도 아쉽다고 하시며 한 달 동안 일을 더 할 테니까 그때까지 사람을 구하라고 하셨다. 이보다 더 좋은 사람을 구할 수 없을 것 같아서 3주 동안 구인하지 않았다. 미루고 미루다 마지막 주가 되어서야 구인광고를 올렸다. 


 그러면서 주방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계속 고민을 했다. 초음파식기세척기가 정말 편하다고 들었는데 한번 알아보라는 도련님의 말씀에 초음파세척기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부족한 인력은 기계의 힘을 빌리는 게 앞으로도 좋을 것 같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마음으로 검색해 보았는데 가격은 비쌌지만 후기가 좋았다. 실사용하는 매장으로 찾아가 직접 보았는데 실제로도 굉장히 편할 것 같아서 똑같은 제품으로 구매를 했다. 직접 사용해 보니 초음파가 식기류에 붙은 음식물을 분리해 주었고 믹서기 틈에 끼인 음식물 찌꺼기도 빼주어서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곳까지 미세하게 세척해 주니 생각보다 기능이 좋았고 사람 손이 덜 가서 훨씬 편했다. 


 이제 구인만 하면 되었다. 지원자분들 중 경력이 있으신 분 위주로 연락을 드렸고 출근하기로 약속이 되었다. 그런데 출근 하루 전날 사정이 생겼다며 10일 뒤에 출근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우리도 거절을 하고 다른 지원자분께 전화를 드리니 출근하겠다고 하셨다. 그런데 생각이 바뀌셨는지 몇 분 지나지 않아 바로 출근을 못하겠다고 다시 전화를 주셔서 알겠다고 했다.

 사람 구하기가 정말 힘든 것 같다. 거기에 핵심멤버 직원분이 그만둘 날은 삼일밖에 남지 않아서 이제는 경력자가 아니더라도 아무나 빨리 구해야 했다. 그래서 다시 지원 명단을 훑어보았는데 초보자지만 성실하고 밝아 보이는 분이 계셔서 연락을 드렸다. 목소리가 예상대로 밝으셨고 식당일은 안 해봤지만 전업주부 생활을 열심히 해서 주방일은 자신 있다고 하셨다. 씩씩함이 마음에 들어서 채용을 했고 출근을 하셨는데 세상에! 일을 정말 잘하셔서 깜짝 놀랐다. 칼질이 빠르진 않았지만 이것 외에는 다 잘했다. 설거지도 잘하고 정리정돈도 잘하고 여유롭게 청소까지 하는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두 번째 출근날에는 본인의 부족한 부분, 매장에 부족한 부분을 본인이 직접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미끄럼방지 신발도 직접 사 오시고 팔이 긴 고무장갑도 가지고 오시고 수세미를 널어서 말릴 수 있게끔 긴 집게도 집에서 가지고 오셔서 여기저기 꽂아서 사용하셨다. 이렇게 열정적이고 지혜로우신 분은 또 처음이었다. 일을 그만둔 핵심멤버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을 못 구해서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이렇게 좋은 분을 만나다니 천만다행이다. 거기에 초음파식기세척기도 있으니 주방일이 이전보다는 한결 수월해졌다.

 그래도 손에 익지 않은 일이라 힘드실까 봐 틈틈이 주방일을 도와드리려 노력하는데 

 "괜찮아요, 제가 할게요."

 라며 적극적으로 근무를 하신다. 



 홀도 주방도 좋은 분들을 만나서 구인으로 인한 힘듦, 스트레스를 이제는 다 잊었다.

 내 사람들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매일 상기시키고 있다.

 잘하는 방법에 특별한 건 없지만


-직원의 일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기

-사담 나누기

-맛있는 거 나누어 먹기

-종종 커피 사주기

-종종 판매 메뉴 포장해 주기

-종종 보너스 챙겨주기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잘해드리려 노력한다.

든든한 울타리 같은 직원분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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