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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업하는 건물주 Nov 10. 2024

저는 아기고양이입니다

2024.10.10(목)





멀뚱멀뚱.

제가 언제부터 혼자 앉아 있었던 것일까요?

분명히 엄마와 같이 있었는데 지금은 큰 화분이 제 옆에 덩그러니 놓여 있네요.

계속 앉아 있으면 엄마가 저를 찾으러 오시겠죠?

빈 속이라 배가 납작하게 붙어있지만 곧 엄마가 맛있는 음식을 물어다 주겠죠?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요.

배도 고프고 눈꺼풀도 무거워지고 이제는 앉아있을 힘도 없어요.

엄마를 목청껏 부르고 싶은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요. 

소리를 질렀는데 소리가 나지 않으니 하품하냐고 다들 놀려요.


"여기 아기 고양이 있다!"

어떤 어른이 저를 보며 큰 소리로 말해요.

그 소리를 들은 동네 아이들이 저에게 우르르 몰려와요.

위험이 감지되어 필사적으로 도망쳐요.

행동이 빠른 아이들이 도망가는 저를 가로 막자 최대한 무섭게 위협을 줘요.

캬악!

여전히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최대한 입을 크게 벌려 소리를 내려고 노력했어요.

그런 뒤 열심히 뛰어 도망쳐요.

그런데 하필 더 이상 도망갈 수 없는 구석에 몰리고 말았어요.

아이들이 저를 괴롭힐 것 같아 너무 두려워요.

두근두근 심장이 빠르게 뛰어 터질 것 같아요.


한 아이가 저를 향해 서서히 손을 뻗기 시작해요.

제발 때리지 말라고 기도해요.

제발 돌을 던지지 말라고 기도해요.

손이 저에게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요.

모든 상황이 두려워 눈을 깜빡여요.

...

슬며시 눈을 떠보니 제 앞에 큰 손바닥만 보여요.

킁킁 냄새를 맡아요.

저를 괴롭히지 않으니 안심돼요.

다른 아이는 저에게 음식을 내밀어요.

어묵이에요.

배가 무척 고팠던 터라 허겁지겁 먹어요.

정말 맛있어요.

다 먹고 나니 움직일 힘도 생겼어요.


어묵을 줬던 아이가 갑자기 두 손으로 저를 번쩍 들어요.

가슴에 품어 꼭 안더니 쓰다듬어요.

나쁜 아이들은 아닌가 봐요. 

따뜻한 손길에 안정감을 느껴 경계심은 풀어요.


저를 안고 근처 공원으로 이동해요.

공원 바닥이 폭신하지만 아이들 무릎이 더 포근해서 아이들에게 안겨요.

그런 아이들은 제가 좋은지 쓰다듬어주고 예쁘다 예쁘다 말해줘요.

저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의논도 해요.

좋은 사람들인 건 확실한 것 같아요.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던 아이들이 일어서길래 저도 일어서요.

함께 걷고 뛰어요.

제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면 번쩍 안아 공원 중앙에 다시 내려줘요.


그러다 저를 번쩍 안고 어디론가 또다시 이동해요.

조금 더 먼 거리를 걸으니 괜히 불안해요.

낯선 환경이 계속 펼쳐지니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어요.


이번에는 어떤 건물과 건물 사이에 도착했어요.

여기에서 저랑 다시 놀기 시작해요.

좀 전에 먹었던 어묵을 또 줘요.

크게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 조금 먹다 말아요.


얼마 지나지 않아 어른 사람들이 등장해요.

어묵을 준 아이의 엄마가 저를 만지고 안아요.

아이들이 안아줄 때보다 더 안정감이 느껴져요.

그래서일까요?

눈이 스르르 감겨요.

이대로 잠들었으면 좋겠어요.


어? 어?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떠요.

갑자기 이상한 상자에 저를 넣었어요.

위험이 감지되어 상자 밖으로 탈출 후 도주를 시도해요.

여기도 안전한 곳이 아닌가 봐요.

역시 우리 엄마가 최고예요.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도망쳐보지만 저는 달리기도 잘 못해요.

그래서 바로 붙잡혔어요.


붙잡은 저를 다시 상자 속에 넣어요.

주황색 담요를 제 몸 위에 덮어요.

갑자기 좋은 향기가 나요.

폭신하고 포근한 감촉도 이제야 느껴져요.

아이의 엄마가 저를 토닥거려요.

부족했던 잠이 쏟아져요.

여기에서 잠들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왠지 자도 될 것 같아요.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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