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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업하는 건물주 Nov 09. 2024

너와 우리, 마지막 5일차

2024.10.14(월)


눈이 번쩍 떠진다.

시계를 보니 새벽 2시 50분.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어 매장 앞을 확인한다.

옆 창문을 열어 주차장을 확인한다.

카우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다시 잠자리에 누워 방금 꾼 꿈을 회상한다.

어른 고양이된 카우가 찾아왔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는지 고양이 세 마리가 나란히 앉아 활짝 웃으며 나를 본다. 우리 카우 왔냐고 반갑게 맞이하며 함께 놀다 잠에서 깬 꿈이다.

그래서 카우가 돌아온 줄 알았는데 찬바람만 쌩하다.


고양이 가족이 찾아와 함께 노는 꿈에 대한 해몽이 궁금해서 검색한다.


-고양이 가족이 집으로 들어오는 꿈-

가정 내에 큰 행운과 번영이 찾아올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가족 간의 화목과 행복을 암시하며,

가정에 새로운 생명이나 기쁜 소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꽤 좋은 해몽이라 안심된다.

그런 후 고양이를 어떻게 키우면 되는지 검색한다.

잘 키우는 방법,

고양이가 좋아하는 것,

고양이가 싫어하는 것,

2개월 고양이


검색을 얼마나 오래 했으면 오전 7시 기상 알람이 울린다. 딸들을 깨울 시간이다. 깨우기 전 주차장 쪽 창문을 한 번 더 열어본다.


 "카우다!"


순간 나의 눈을 의심했다. 주차장에 대자로 뻗어 자고 있는 카우가 한눈에 들어온다.

기쁜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우며 카우가 돌아왔다고 신나게 외친다. 감겨 있던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진짜냐고 묻는다. 진짜라고 주차장에서 자고 있다고 빨리 내려가보자고 말한 뒤 아이들 밥을 전광석화처럼 차려 놓는다.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엄마 먼저 내려간다고 외친 후 신발을 신는다. 혹시나 자고 있을 카우가 추울까 싶어 손에 잡히는 아무 수건을 집어 들고 계단을 내려간다. 그런데 불현듯 이상한 생각이 든다.


 '왜 몸을 저렇게 쭉 펴서 자고 있지? 웅크려서 자야 하는데 너무 고단해서 뻗었나?'


평소 주차장에서 몸을 쭉 펴고 누워 있던 포즈와 같아서 순간 의아하다. 새로 산 매트를 두고 밖에서 자는 걸 보니 박스가 정말 싫다는 의미 같아서 폭신한 쿠션과 아늑한 집으로 잠자리를 바꿔줘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1층 자동문이 열리고 카우에게 다가간다.


 "카우야."


이름을 부르며 가지고 온 수건을 몸에 덮어 준다.


"너 어디 갔다가 이제 오는 거야. 얼마나 기다렸는 줄 알아?"


하고 몸을 만지는데 촉감이 평소와 다르다. 나무처럼 딱딱하다. 가슴을 살짝 흔들었는데 머리부터 꼬리까지 다 함께 움직인다. 마치 로봇 장난감 같다.


"아... 안돼... 안돼 카우야... 살아있어야 해."


심폐 소생술을 위해 오른손으로 카우의 심장을 반복적으로 누른다. 어느 유튜브 채널에서 죽어가는 동물을 10분 동안 심폐 소생술하여 되살린 영상을 여러 번 본 적이 있어 그대로 실천해 본다.


'제발, 제발, 숨을 쉬어 줘.'


열심히 누르고 있는데 둘째가 가장 먼저 내려온다. 상황을 지켜보더니 카우가 죽었냐고 묻는다. 그런 것 같다고 대답한다. 둘째의 큰 눈에서 눈물이 맺히더니 금세 뚝뚝 떨어진다.


갑자기 꺽, 꺽, 꺽, 꺽!

가슴을 누를 때 꺽 소리를 네 번 낸다. 숨을 쉬는 건 아닐까 싶어 더 열심히 가슴을 누른다. 둘째도 해보겠다고 해서 둘째에게 맡긴다.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는다.

반 뜬 눈, 딱딱하게 굳은 몸, 차가운 몸.

20분 동안 가슴을 눌렀는데도 변화가 없다.

유튜브 영상은 거짓일까? 내가 심장을 정확하게 누르지 않아서 못 살린 것일까?

그때부터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둘째가 옆에 있어서 슬픔을 참아내야 한다.


EBS 교육방송에서 길고양이 삶에 대한 다큐를 방영한 적이 있다. 평소 같으면 보지 않을 내용인데 카우를 만나게 되어 재방송을 유심히 보았다. 영상 말미에 연약하거나 장애를 가진 버림받은 아기고양이는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사체는 공원 관리자에 의해 발견되고 하얀 종이에 동물 사체를 감싼 후 쓰레기봉투에 담는 것을 보았다. 방송을 통해 사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교육이 된 상태라 카우와 어떻게 이별해야 하는지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아이스크림케이크를 담는 아이스박스를 구해서 깨끗하게 씻은 후 카우의 배변 모래를 반만 붓는다. 카우를 위해 구입한 사료들을 그 위에 놓는다. 모래를 붓는다. 카우를 안고 있는 둘째에게 카우를 상자에 넣으라고 한다.


(둘째)"엄마, 카우 눈을 감겨주고 싶은데 눈을 안 감아."


둘째가 카우 눈을 감겨주려고 애썼는데 근육이 굳어 눈이 감기지 않는 모양이다. 괜찮다고 말한 뒤 수건으로 잘 감싼 후 상자에 카우를 눕힌다. 남은 모래를 남김없이 부어 뚜껑을 덮는다. 둘째와 작별 인사를 한 후 둘째는 등교를 한다.

이제 막내가 내려온다. 웃으며 카우가 어디 있냐고 묻는 말에 손을 잡고 상자를 만지게 한다.


(나)"여기에 잠들어 있어. 마지막으로 인사해."

(막내)"어? 카우가 죽었어?"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바로 눈물을 보인다. 나도 함께 눈물을 흘린다. 카우는 좋은 곳으로 갔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너무 슬퍼하지 말고 씩씩하게 학교 잘 다녀오라며 학교로 보낸다.

곧이어 첫째가 내려온다. 역시나 카우를 찾는다. 상자를 가리키니 바로 눈물이 맺힌다.


(나)"하루밖에 못 살 약한 고양이가 우리 덕분에 5일이나 더 살았으니 너희한테 정말 고마워할 거야."


라고 말하며 첫째를 달래준 후 학교로 보낸다.

사실 이 말은 내가 나를 위로하는 말이었다.


깨끗한 새 쓰레기봉투를 꺼내 카우가 담긴 상자만 담아서 묶는다. 쓰레기봉투를 모아두는 곳에 상자 봉투를 두고 집으로 올라간다. 창문을 열어 카우가 잘 있는지 상자 위치를 확인한다. 문득 학교에 간 아이들이 생각나 마음이 힘들까 봐 생각나는 대로 위로의 메시지를 남긴다.







메시지 전송 후 다시 창문을 열어 카우를 확인한다. 카우가 없다.

그때부터 오열이 시작된다. 참았던 눈물과 슬픔을 토하듯 쏟아낸다. 가슴이 찢어질 듯한 슬픈 감정을 너무 오랜만에 느껴서 울고 있는 내가 낯설다. 그런데 눈물이 멈추질 않는다. 고작 5일간의 정인데 이렇게 슬플 일이냐고 나에게 되묻지만 제정신이 아닌 듯 울기만 한다.


1시간을 울고 출근 준비를 한다. 이제 그만 좀 울자고 스스로를 다독인 후 매장으로 내려간다.

'근육 발달 시키려고 이 계단을 카우랑 함께 내려갔는데.'


1층 현관을 나서니 주차장이 보인다.

'이 주차장을 카우가 좋아했는데.'


매장에 들어서니

'출입문 앞에 카우가 앉아 있었는데.'


화장실에 가니

'저 자리에서 카우를 재웠는데.'


테라스를 봐도, 매장 앞 계단을 봐도 온통 카우와 함께한 추억뿐이라 슬픈 감정이 다시 폭발한다. 매장에서 목놓아 울었다. 그렇게 울다 울다 갑자기 카우가 눈을 감지 않았던 게 떠오른다. 이 녀석이 도대체 몇 시에 들어온 건지도 궁금하다. 휴대폰으로 CCTV를 돌려보기 시작한다. 새벽 2시 50분에 카우가 없었으니 그 시간부터 카우를 발견한 오전 7시 사이를 집중적으로 보기 시작한다. 테라스도 보고 주차장도 본다. 주차장에 남편차가 너무 커서 화면이 꽉 차 보기가 힘들지만 어떻게든 카우를 한 번 더 보고 싶어서 돌려보고 돌려보고 또 돌려본다.


직원분들이 출근을 하셔서 화면을 끄고 나도 함께 일을 한다. 고양이는 주말 동안 잘 잤냐고 그런데 마스크는 왜 썼냐는 두 가지 질문에 고양이는 오늘 아침에 죽었고 눈물이 멈추질 않아 화장을 못해서 마스크를 썼다는 답변에 많이 놀라신다. 손님이 계시는 근무시간에도 눈물이 멈추질 않아 직원분이 좀 쉬라며 나를 밖으로 빼내어주신다. 꺽꺽 울며 집으로 올라간다. 못 보던 영상을 다시 돌려보기 시작한다.


드디어 이상한 점을 찾았다. 새벽 6시경에 고양이 안광이 보인다. 카우가 이때쯤 집으로 돌아왔다고 생각되었다. 더 자세한 상황파악을 위해 안광을 기준으로 천천히 영상을 다시 돌려본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볼수록 더 이상하다. 화면에 잡힌 고양이는 카우가 아니었다.


카우의 잠자리 근처에서 처음 카메라에 잡힌 고양이가 유유히 걸어서 빠져나가는 영상이다. 카우인 줄 알았는데 발을 보고 카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카우는 온몸이 하얗고 머리, 등, 꼬리 세 군데만 까만색인데 영상 속 고양이는 흰색도 아니고 발이 까만색이었다. 이 고양이에게 괴롭힘을 당해 카우가 목숨을 잃은 게 아닌가라는 의심이 든다.

순간 너무 놀라 눈을 못 감은 것은 아닌지.

심폐 소생술 때 꺽꺽거린 소리는 단순히 몸속 가스가 배출된 것은 아닌지.

어느 정도 상황 파악이 되니 눈물이 잦아들었고 나를 배려해 준 직원분이 생각나 다시 매장으로 내려가 함께 일을 한다.


애완동물과 함께 생활하시 분들이 얼마나 사랑으로 동물을 키우고 있는지,

동물 장례 문화가 왜 생겨났는지 절절히 느낀다.





우리 집이 보금자리라서 이렇게 다시 돌아온 거야?

잘 찾아와 줬는데 내가 너무 늦게 알아차려서 정말 미안해

무지개다리는 잘 건넜겠지

솜털 같던 너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구나

정말 예뻤는데...

많이 안아줄걸, 많이 보호해 줄걸

시간이 흐를수록 그리움과 후회만 남네


우리 집에 와줘서 고마워

추억을 만들어줘서 고마워

하늘나라에서는 부디 아프지 말고

'야옹' 소리도 지르고

마음 편히 뛰어다니는 묘생을 살기를 진심으로 바랄게


딸 뿐인 나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아들이 되어준 카우

그립고 보고 싶구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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