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은 선생님은 땀으로 얼룩진 내 티셔츠를 보고 흠칫 놀라시더니, 에어컨 명당으로 나를 에스코트해주셨다. 그리곤 어딘가로 사라지셨다.
에어컨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선생님이 다시 오시길 기다렸다.
이 정도 풍속과 온도라면 45분 뒤쯤에는 겨드랑이를 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더위를 걷어갈 즈음 긴장감이라는 것이 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첫 출근 날에만 느낄 수 있는 형태의 것이었다.
'맞아 나 여기 일하러 왔지'
정신을 차리고 교실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교실에는 나보다 먼저 도착한 어린이들이 앉아있었다.
낯선 이에 대한 경계심과 호기심이 뒤범벅된 눈빛들이 나를 흘긋 흘긋 쳐다봤다.
그 모습이 퍽 귀여워나의 콧구멍이 확장되었다. 귀여운 걸 보면 콧구멍이 커지거나 윙크를 하는 버릇이 있다.
윙크 대신 눈웃음을 쥐어짜며 어린이들과 조금씩 아이컨택을 시도했다.
나와 가장 오래 눈을 맞춰주는 어린이에게 말을 걸려는 순간, 희은 선생님께서 시원한 녹차 한잔을 가지고 내게 오셨다.
그녀는 나에게 냉녹차를 건네며 돌봄 교실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나는 선생님의 설명을 들은 그제야, 내가 일할 돌봄 교실에 대해 무지하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희은 선생님의 설명을 빌려 보자면, 돌봄 교실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의 학생들이 등교 전후로 모이는 교실이라고 한다. 맞벌이 부모님을 둔 학생들을 학교에서 케어해 주는 것이다.
좋은 제도가 생겨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어머니는 가정주부 셔서 하교 후에는 항상 나와 오빠의 간식을 챙겨주시곤 했지만, 맞벌이인 부모님을 둔 친구들은 그렇지 않았다. 꽤나 많은 친구들이 바로 학원에 보내지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면서 부모님을 기다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