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초야 Oct 28. 2022

선생님은 몇 학년이에요?

돌봄 교실 2

돌봄 교실은 2개의 교실로 나뉘어 운영됐다. 

1학년 하늬방은 1층에 있었고, 2학년과 3학년이 함께 생활하는 아름방은 2층에 있었다.

아직 가르칠게 많아, 손이 많이 가는 1학년 반은 희은 선생님이 담당하셨다. 

그리고 2, 3학년의 아름방은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2명의 선생님이 담당하셨다.


나보다 3일 먼저 근로하고 있던 대학생이 이미 하늬방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아름방에서 일하게 되었다. 




자기소개


돌봄 교실에 대한 설명을 끝낸 희은 선생님께서는 나를 아름방으로 데려가셨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부터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2, 3학년들이라서 에너지가 다른데? 떠... 떨린다.'


앞문을 열고 교실에 들어가니 모든 어린이들이 나를 주목했다. 

아름방의 어린이들은 대부분 하늬방에 있던 어린이들보다 컸다. 

정말 초등학생 같았다.


먼저 아름방 선생님과 인사를 나눴다. 그녀의 이름은 재희였다. 

곧이어 재희 선생님은 어린이들에게 나를 소개해줬다.

"이번 여름 방학 동안 우리 아름방에서 함께 지내게 될 대학생 선생님이에요! 

언니나 누나 말고 김지은 선생님이라고 꼭 불러야 해요! 

지은 선생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초등학생에게 하는 자기소개는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갑작스레 어린 시절 수줍음이 튀어나올 뻔했다. 

하지만 나는 10년 넘게 새 학기 자기소개를 겪어본 경력직 어른이었다.

담담하되 어둡지 않은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다들 반가워! 여름방학 동안 여러분들과 함께 지낼 김지은 선생님이라고 해! 잘 지내보자! 잘 부탁해!"



선생님은 어느 학교 다녀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질문폭탄이 쏟아졌다.

'선생님은 몇 살이에요? 몇 학년이에요? 어느 학교 다녀요?'

와 같은 질문들의 오디오가 겹쳐서 알아듣기 힘들었다.

나는 순간 짱구가 다니는 유치원의 선생님이 된 기분이었다.

이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재희 선생님께서 어린이들을 제지해주셨다. 

재희 선생님과 어린이들은 나에게 사적인 질문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옆에 와서 수차례 나의 대학을 물어보는 어린이가 있었다.

 어린이의 이름은 성찬이었다. 

대학교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잘 모를 것 같은 성찬이 나의 대학교를 지속적으로 궁금해하는 게 신기했다.


"저기.. 성찬아 왜 선생님의 대학교가 궁금한 거야?"


성찬이는 올해 20살이 된 대학생 형이 있으며, 본인의 형이 나와 같은 학교일까 봐 반가워서 물었다고 한다.

'아.. 너무 귀여워...  설마 운명 같은 확률로 같은 학교 같은 학과였어도 나는 4학년이라 1학년은 잘 몰라... '

라고 속으로 했다.


성찬이는 형에 대한 자랑을 열심히 늘어놓았다. 

성찬이는 형아를 정말 좋아하는 사랑스러운 어린이였다. 

성찬이 형이 부러워진 순간이었다.



선생님은 몇 학년이에요?


초등학생에게 대학생 선생님은 끊임없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존재였을까? 

학생들과 지내면서 여러 질문을 받았는데, 어린이의 입에서만 나올 수 있는 순수한 질문도 있었다.


어느 날 교실  구석에 서 있는 내 옆에 2학년 나연이가 다가왔다.

"선생님! 선생님은 몇 학년이에요??"

나연이가 물었다.


"음~ 4학년이야!"

나는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아~그래서 키가 크구나!!"

나연이는 동그란 눈으로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듯이 말했다.


그렇다 사실 내 키가 크긴 했다. 하지만 대학교 4학년이라서 큰 건 아니었다.

그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너무 귀여운 나머지 나는 거짓말을 해버렸다.


"응! 맞아! 나연이도 4학년이 되면 정말 많이 클 것 같아!!"


이전 10화 여름과 돌봄 교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