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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초야 Oct 30. 2022

프랜차이즈 빙수가게

빙수 1

 내 두 번째 알바는 프랜차이즈 빙수 가게였다. 그곳에서 먼저 일하고 있던 중학교 동창의 소개로 일하게 되었다. 주말 2일 동안 하루 4시간만 일해서 주휴수당도 못 받고 주방 업무라서 꺼려졌지만, 집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있는 데다 빙수가게 주방은 별로 힘들지 않을 것 같아서 다니기로 했다. 아쉽게도 나를 그곳에 소개해준 친구가 홀 알바를 하던 중이라서 친구가 그만두지 않는 이상 남는 자리는 없었다.


 2014년 겨울부터 해당 빙수 업체가 지점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하면서 내가 일한 2015년 여름에 그 인기는 피크를 찍었다. 우리 매장 또한 그 파도를 거세게 맞아 주말 하루에 300그릇을 넘게 팔았다. 내가 일한 주말 저녁 피크 타임, 4시간 동안에 거의 150그릇을 팔았다. 나는 그래서 아직까지도 이 빙수 알바를 역대 최악의 알바로 꼽는다.



주방 사람들

 주방에는 사장님과 그녀의 조카인 삼십 대 정도로 보이는 매니저가 있었다. 이 둘은 공동 창업 관계라서 그런지 매일 싸웠다. 둘 다 썩 유쾌한 말투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대화를 듣는 내가 다 불쾌해졌.


 그리고 부매니저라고 불리는 배테랑 아르바이트생도 있었다. 사실상 여기서 가장 오래 일한 아르바이트생인데 워낙 일을 잘해서 매니저랑 사장이 임의로 부매니저로 불렀다. 내가 주방에서 가장 믿고 의지했던 사람이었다.


 마지막으로 나보다 살짝 나이가 많은 언니가 있었는데 그동안 이런저런 알바를 해봤는지 나이에 비해 야무진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얼레벌레 20살 나까지 그 좁은 주방에서 총 5명이 일했다.



빙수 만들기


 내가 투입되는 시간은 정신없는 저녁 피크타임이다 보니 교육할 시간이 없어서, 4시간 내내 설거지만 시켰다. 고무장갑도 안 줘서 라텍스 장갑 끼고 설거지했더니 결국 장갑은 다 찢어지고 손이 퉁퉁 불었다. 1일 차에 주부습진 걸릴 것 같았다.


 막판에는 그릇도 깼다. 그릇 깨는 아르바이트생은 티브이에서만 봤었는데 그게 내가 되었다니 정말 신기했다. 사장과 매니저가 농담 반 진담 반 월급에서 깐다고 말해서, 남은 그릇마저 깨버리고 싶었다. 그래도 소개해준 친구가 있으니까 죄송하다고 하고, 조금만 참고 다니기로 했다.


 두 번째 주부터 빙수 만드는 법을 알려줬다. 가장 쉽고 주문이 자주 들어오는 레시피인 인절미 빙수부터 알려줬다. 레시피는 간단했다.


 첫 번째 우유얼음이 기계에서 눈처럼 내려 쌓이면 그걸 밥주걱으로 살살 퍼서 그릇에 담았다. 이때 눈 같은 우유얼음의 질감을 살려야 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담아야 했다. 무엇보다 항상 일정하게 정량을 담는 게 어려웠다. 어머니가 된 마음으로 나도 모르게 자꾸만 많이 퍼담았다. 사장과 매니저는 아까우니까 많이 담지 말라고 계속 타박했다.


 두 번째는 토핑 하기였다. 재밌긴 했지만 메뉴가 다양해서 한 두 번씩 헷갈렸다. 떡을 중간에 안 넣거나, 연유를 안 넣기도 했다. 사장 입장에서는 내가 빌런이었을 거다.


 인절미 빙수 다음으로 많이 만든 건 망고 치즈 설빙이었다. 당시에는 망고 치즈 설빙이 가장 핫한 신메뉴였기 때문이다. 홀에서 망고 치즈 설빙 주문서가 들어오면 '망치 하나~ 망치 둘~'이라고 외쳤다. 그러면 나는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미리 준비하고 우유얼음을 담았다.


 망고 치즈와 인절미는 판매량 1, 2위를 다툴 만큼 잘 나갔기 때문에 나도 자주 만들어 볼 수 있었다.  이 두 가지 레시피에 익숙해진 다음부터 나는 망치와 인절미 담당이 되었다.



그만둔 이유


 집도 가깝고 근무시간도 일주일에 8시간밖에 안돼서 과제할 시간이 충분할 줄 알았다. 하지만 150그릇 넘게 설거지하다 보니 4시간 만에 모든 체력이 소진되어 과제를 할 수 없었다. 더구나 일주일 12시간 미만 근무자는 주휴수당도 받을 수 없었다. 모든 주말이 빙수가게에 빼앗기는 기분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나는 빙수가게 3월 경력을 남긴 채 '요거트 멜론빙수'가 출시되기 일주일 전에 그만뒀다. 멜론을 통째로 손질할 생각을 하니 지금도 아찔하다.


 그 후 몇 년 동안 나는 다른 지점에도 빙수를 먹으러 가지 않았다. 내가 일했던 지점은 그 해가 지나기 전에 사장이 바뀌었다고 한다. 둘이 매일 싸우더니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팔아버렸나 보다. 



[피드백] 

- 일한 곳 : 프랜차이즈 빙수가게

- 기간 : 2015년 4월~6월

빙수와 같이 계절에 따라 변동성 심한 상품은 사업할 때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외식업 프랜차이즈는 유행 초기에 익절 하는 게 최고인 것 같음.

걸러야 할 사장의 유형을 배움.

맛있는 인절미토스트 레시피 획득. 집에서 종종 해 먹음.

역시 모든 주방은 생각보다 깨끗하고 깨끗하지만 더러움

프랜차이즈 빙수 알바 경력 살려서 다음 알바인 개인 빙수 알바 쉽게 취업 가능.

빙수가게라도 주방 알바는 힘듦.

근무시간보다 중요한 건 퇴근 후에 내 에너지가 얼마나 남느냐 임.

주 12시간 이하는 주휴수당 못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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