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둥아리 Jul 19. 2022

강남 프리미엄 산후조리원 체험기

육아의 시작은 산후 조리원에서부터

실제 2주간 머물렀던 산후조리원


요즘은 임신 12주가 될 즈음부터 산후조리원을 알아봐야 한다. 특히 압구정이나 청담 근방의 인기 있는 산후조리원은 12주 이전에도 예약이 마감된다는 신기한 소문을 듣고는, 나도 성별이 나오기도 전에 소위 ‘산후조리원 투어’를 시작했다. 물론 당시 입덧이 심한 탓에 내가 인터넷으로 알아보면, 남편이 방문상담을 다녀왔다. 당시 내가 알아본 산후조리원은 4군데였는데, 우리 집에서 가까우면서도 평이 좋은 곳을 추렸다.    


하루는 남편이 직접 네 군데 산후조리원에 방문하고 와서는, 나에게 A산후조리원을 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는 몇 날 며칠을 고민했던 것 같다. 이유는 다름 아닌 금액 때문이었다. 남편이 권했던 산후조리원은 2주에 650만 원이나 하는 곳으로, 내가 알아보았던 네 곳의 산후조리원 중에서도 가장 비싼 곳이었다. 네 곳 중에는 이 근방에서 저렴한 축에 속하는 2주에 300만 원대의 산후조리원도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고민이 되었다. 2배가 넘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남편과의 긴 상의 끝에 A산후조리원을 선택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곳은 김태희 씨가 첫째와 둘째 출산 이후 선택한 곳으로 유명한 프리미엄 산후조리원이었다. 내 기준에서는 굉장히 고가임에도 A산후조리원을 선택했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일단 남편은 임신 기간 동안 최악의 입덧으로 고생한 나에게, 고마움과 위로의 의미로 A산후조리원을 보내주고 싶어 했다(나는 열 달 내내 입덧을 했고, 가장 심했을 때에는 키 160센티미터에 몸무게 39킬로그램을 찍었다). 게다가 결혼하고 가려고 계획했던 여행이 극한의 입덧으로 취소되면서, 모아둔 여행 자금을 산후조리원 비용으로 쓸 수 있기도 했다.     


또한 무엇보다 우리가 산후조리원을 선택할 때 고려한 몇 가지 조건에 A산후조리원이 가장 잘 부합했기도 했다. 첫 번째 조건은 간호사 한 명당 케어하는 신생아 비율이었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간호사 1명당 3명 이내의 아이들을 돌보는 곳으로, 우리 아이가 충분한 케어를 받기에 적당했다. 두 번째 조건은 소아과 의사의 주당 회진 회수였다. 우리는 신생아 시기에 발생할 수 있는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소아과 의사가 매일 회진하는 곳을 원했다. 초보 엄마로서 걱정이 많았던 나는 무엇보다 이 점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마지막으로 룸 컨디션이었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이 근방에서 가격 대비 가장 넓은 방을 보유한 곳이었다. 꼬박 2주를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조리원에만 있어야 하는데 답답한 곳은 싫었다.    

  

돌이켜보면 2주에 650만 원의 가치는 충분했으나, 결코 우리에게 650만 원이라는 돈은 적은 돈은 아니었고, 그래서 선뜻 내리기 어려운 선택이었다. 그러나 조리원을 나와 친해진 동네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650만 원이라는 돈이 누군가에게는 망설임 없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는 2주에 1,000만 원을 훌쩍 넘는 금액을 쓰고 나온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누군가는 산후조리원의 비용이 결코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유인즉슨, 특급 호텔도 하루에 잠만 자는데 40~50만 원의 돈이 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산후조리원은 하루 종일 산모의 손과 발이 되어주는 데다가 신생아 케어까지 최고로 해주니, 2주에 1,000만 원도 결코 비싼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2주에 650만 원이면 하루에 46만 원 정도이다). 듣고 보니 맞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이 동네에서 산후조리원이 중요한 이유는 단지 서비스의 질적 차이에만 있지는 않다.

왜냐하면 어떤 산후조리원을 선택하느냐가 곧 산후조리원 동기,
일명 ‘조동’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조동’은 보통 아이를 낳아서 들어오는 시기가 비슷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발달 시기와 속도가 비슷하다. 그래서 육아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비슷한 시기에 겪는 고충을 털어놓을 수 있는 좋은 동지가 되기도 한다. 또한 아이들이 성장해서 외출이 가능해지게 되면, 조리원 동기 엄마와 아이가 모여 함께 육아하는 ‘공동육아’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다시 말해 조리원 동기는 내 아이들의 첫 친구를 결정해준다. 그래서 요즘은 산후조리원에서부터 내 아이의 ‘인맥’을 형성해준다고도 한다.     


2주에 1,000만 원부터 시작한다는 이 일대 최고급 B산후조리원은 조리원 동기 문화가 잘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실제로 지인을 통해 들은 그곳의 조리원 동기들은 아이들의 100일, 크리스마스, 어린이날 같은 기념일에도 함께 하는데 그 규모가 남다르다. 회원권제 리조트나 최고급 호텔을 빌리고 파티플래너를 고용한다. 또한 기념일은 물론 일상적으로 함께 쇼핑 및 여행을 다닌다. 전해 듣기로는 쇼핑은 최고급 명품 매장에서만 하고, 여행은 최고급 호텔에서만 묵는다. 어쩌면 2주에 1,000만 원이라는 금액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였으니 이후의 육아 행보가 비슷해지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반면 내가 머물렀던 산후조리원의 동기들은 나와 경제적, 사회적으로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많았다. 다양한 조건과 금액대의 산후조리원 중 A산후조리원을 선택했다는 것이 비슷한 경제적, 사회적 수준을 증명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다행히도 명품 쇼핑을 하지도, 최고급 호텔에서 묵어야 하는 여행을 가지도 않았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고민 끝에 A산후조리원을 결정을 하고 나니, 조금 더 무리해서 B산후조리원을 선택할까 고민하기도 했었다.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다는 생각에, 가장 좋은 곳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다들 입을 모아 최고라 말하는 그곳, SNS에서도 극찬만 가득한 그곳에 가보고 싶지 않은 여자가 있을까? 분명 처음에는 A산후조리원도 부담스럽다고 생각했던 나였는데, 어느샌가 주변의 말과 시선에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고 나의 상황에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최선의 선택을 했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압구정에서 육아를 하며, 나의 상황과 필요에 맞는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깨닫는 첫 순간이었다. 내가 혹여나 무리해서 2주에 1,000만 원씩 하는 산후조리원을 갔다 한들, 조리원을 나온 이후에는 그들과 함께 어울릴 수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들과 어울려 매번 명품 쇼핑을 할 수도, 최고급 호텔에서 머물며 파티를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랬다면 힘들고 어려울 때 조언과 위로를 아끼지 않는 지금의 내 소중한 육아 동지들도 없었을 것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선택을 하는 것, 주변의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것, 압구정 육아의 시작이었다.     


-압구정에는 다 계획이 있다 2장 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