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월부터 이곳에서는 전쟁이 난다. 다름 아닌 원하는 학원에 입학하기 위한 입금 전쟁이다. 이 동네는 3세 놀이학교부터 영어 유치원, 초등 영어 학원까지 어느 곳 하나 수월하게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없다. 그래서 많은 엄마들이
“내 돈 내고 내가 가겠다는데 받아주는 곳이 없다."
라며 푸념을 한다. 그러면서도 엄마들은 10월이면 마치 전쟁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결연하다.
입금전쟁이 치러지는 곳은 크게 두 가지로 유형으로 나뉜다. 입금만 하면 입학이 결정 나는 곳, 입금을 하면 입학을 위한 레벨 테스트를 볼 수 있는 곳. 사실 입금만 하면 입학이 결정 나는 곳은 그나마 해볼 만하다. 물론 이런 곳은 대부분이 3~5세가 다니는 학원들로, 레벨 테스트를 하지 않고 뽑을 만큼 실력의 차이가 크지 않은 아이들이 다니는 곳이다(물론 5세부터 레벨 테스트를 보는 곳도 있다). 그러나 입금을 성공해도 겨우 레벨 테스트를 볼 수 있는 곳은, 그때부터 전쟁은 다시 시작이다.
많이들 도대체 어느 정도이기에 ‘전쟁’이라는 용어까지 쓰는지 궁금할 것이다. 예를 들어 9시 입금이 시작되어 선착순으로 입학이 결정된다고 하면, 소위 3초 컷이다. 즉, 3초 안에 대부분은 입금이 마감된다. 그래서 보통은 가족과 친구까지 동원하여 9시가 되면 입금을 시작한다. 내가 아는 엄마는 할머니, 아빠, 본인까지 총 3명이 입금을 해서 겨우 한 명이 성공하는 영광 아닌 영광을 누렸다. 입금전쟁에서 패배한 어떤 엄마는 말한다. 9시 입금이라 10분 전부터 기다리다, 9시가 되자마자 입금했는데 떨어지는 것이 신기할 뿐이라고.
사정이 이러니 이 동네의 유명 학원들은 기세가 등등하다. 한 유명 초등 어학원은 고맙게도(?) 레벨 테스트에 1,600명이나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물론 그럼에도 마감은 3초 컷이다. 그러나 충격적이게도 최종적으로 뽑는 원생은 100명으로, 고작 100명 뽑는데 1,600명이 지원 가능하게 한 것이다. 좀 더 많은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었으니 감사하는 것이 맞을까(그 1,600명에도 들어가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학부모가 널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알고 있다. 학생 한 명당 레벨 테스트 비용이 10,000원이니, 학원은 그 하루에 1,600만 원을 번 셈이다. 그래서 입금 전쟁 당일 학원은 월세를 걷었다는 소문이 들렸다.
뿐만 아니라, 심지어 최근에는 학원 입학 설명회조차 초도 물품비(약 30만 원)를 선납해야 들을 수 있는 곳이 생겼다. 그 학원이 어떤 곳인지 알기 위해 가는 설명회에, 준비물 비용을 미리 내야 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설명회 이후에 입학을 취소할 경우 대부분 환불은 해준다. 하지만 갈지 안 갈지 선택은커녕 제대로 된 설명도 듣지 못한 곳에, 미리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입금을 하고 설명회를 신청한다. 물론 설명회를 신청하기 위한 입금도 서두르지 않으면 금방 마감이다.
도대체 아이들 학원 하나 보내는데, 전쟁 통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누구 하나 전쟁에서 물러설 기미는 안 보이고, 그렇게 나날이 학원의 콧대는 점점 높아져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