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한참 일을 하고 있던 오후, 전화가 왔다. 아이들 하원을 도와주시는 선생님이었다. 전화를 받으니, 옆에서는 아이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지 여쭤보자, 셔틀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엄마에게 케이크를 줘야 하는데, 엄마가 없네
하며 내내 운다는 것이다. 울며 한참을 밖에 서서 엄마를 기다리다 들어왔다며.
나도 그랬던 적이 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얼른 내가 만든 것을 보여주고 싶어 발이 동동 굴러지던 날.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 처음 만들어본 귀여운 도시락을 얼른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사진을 찍어 먼저 보내준 적이 있었다.
아이는 얼마나 들뜬 마음으로 유치원 버스를 탔을까. 아마도 버스에서 짜잔! 하며 내리며 엄마에게 케이크를 주고 와락 안기는 상상을 했을 것이다.
하필 퇴근이 가장 늦는 월요일이, 어버이날이라는 것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퇴근길에 장을 보려던 것도 다 미뤄둔 채로, 가장 빠른 길을 택해 집에 들어갔다. 아이는 문을 열자마자 편지와 케이크를 내밀며 안겼다. 충분한 감동과 고마움을 표시하고, 케이크를 먹는 순간, 이보다 더 행복한 어버이날은 없을 것만 같다. (하지만 정작 케이크는 아이가 거의 다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