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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Aug 01. 2023

꼭 훌륭한 선생님이어야 하나요.

스승의 날을 맞아 신문기사에 실린, 학생들이 직접 그려준 나의 얼굴.

최근 나오는 책들의 트렌드들은 하나같이, 사람들에게 너무 열심히 살지 말라고, 애쓰지 말라고 한다. 너무 힘들게 노력하지 말라하고 즐기며 살라한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유독, 많은 사람들이 교사들에게는 열심히 살아야만 한다고 말한다. 학생들을 사랑으로 대하라 말하고, 최선을 다해 가르치라 말한다. 그렇지 않은 교사를 마음껏 비난하고, 자격이 없다 말한다.


우리는 왜 보통의 교사여서는 안 될까.


사실 내가 지금껏 봐온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참 열심히다. 다들 알고 있듯, 교사 집단은 소위 범생이 스타일의 사람들이 주를 이루므로,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신의 해야 할 일을 어떻게든 꾸역꾸역 해낸다.


방학 전날까지 수업을 하는 한이 있어도 어떻게든 진도를 끝내고, 집에서 야근을 하는 한이 있어도 어떻게든 수업 준비를 해낸다. 업무에 치이는 날에는 학생들이 문제를 푸는 5분, 쉬는 시간 10분과 점심시간을 이용해서라도 끝내 해내고야 만다. 이렇게 열심히 자기의 맡은 바를 완수하는 집단이 있을까 싶건만, 사람들은 본분을 다하는 것으로는 안된다 말한다. 우리 사회는 교사들에게 이런 것들로 만족하지 않는다.


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반드시 진심을 담아서,

수업 준비는 반드시 정성을 다해서,

업무는 반드시 빈틈없이 꼼꼼하게,

여기에 더해, 각종 tv, sns, 유튜브를 통해 보이는 몇몇 특별한 교사들을 거론하며,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해서 아이들에게 특별한 학급운영을 보여주는 교사가 되기까지 강요한다.


그러나 나는 묻고 싶다. 교사는 꼭 훌륭해야 하는가. 우리는 보통의 교사가 되면 안 되는가.




곰곰이 나를 돌아보았다. 지금껏 내가 만난 적어도 100명 이상의 선생님들 사이에서 나는 딱, 보통의 교사이다. 나는 매시간 수업준비를 하지만, sns나 유튜브에서 보이는 화려한 수업을 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에게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만, 그렇다고 나의 사적인 시간까지 아이들을 위해 보내지는 않는다. 학부모들에게는 언제나 예의를 갖춰 대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친절을 베풀지 않는다.(예컨대 매일 사진을 올려주거나, 자주 연락하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리고 나는 사회의 누구도 보통의 사람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하며, 교사 또한 예외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자신의 본분을 다하지 못한, 보통 이하인 사람으로 인해 생겨나는 일들이 대부분인데, 왜 늘 보통 이상의 것을 해내는 교사들에게는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미는지,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


어느 집단이든, 스스로의 주어진 역할을 해낸다면, 그로서 누구도 비난할 자격이 없다. 그 일에 얼마만큼의 진심을 더할지, 얼마만큼의 열정을 보일지는 결국 스스로의 선택일 뿐이다.


그러니 더 이상 훌륭한 교사를 강요하지 말자. 교사의 성직관을 강요하지 말자. 보통의 교사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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