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년생 남매의 이상한 상담소
#1. 고민상담(상담자:5살)
며칠 전 공개수업이 있었다. 공개수업날은 교사들에게 1년 중 가장 힘든 날을 꼽으라면 다섯 손가락 안에 꼭 들어갈 날이다. (얼마 전 퇴임하신 약 40년 경력의 선생님께서도, 단 한 번도 본인의 수업에 100프로 만족하신 날이 없다고 말할 정도이니, 교사가 스스로 만족하는 수업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 날도 생각처럼 풀리지 않은 수업 진행에, 시원함보다는 속상함을 가득 안고 퇴근을 했다.
퇴근 하자 보이는 나의 귀여운 5살 둘째에게 괜스레 속상함을 털어놓아보았다.
"오늘 엄마 공개수업 했는데 잘 못한 것 같아. 속상해."
"왜 무슨 수업했는데?"
(왠지 대화가 통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꿈을 바른 자세로 발표해 보는 수업이었어. 근데 너는 꿈이 뭐야?"
"나? 유니콘~"
"유니콘? 나중에 커서 유니콘 될 거야? 왜?"
"응~ 당연하지. 반짝거리고 날 수 있잖아!"
"응.. 꼭 나중에 유니콘 될 거야!"
유니콘이 꿈이라는 아이의 순수함에 내 마음도 몽글거리고, 우리 반 아이들은 그래도 꿈에 유니콘은 안 적었다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안도감을 느끼며, 그렇게 하루를 위로받습니다.
#2. 고민상담(상담자:6살)
요즘 들어 가을 행사가 많아서인지, 점점 아이들의 태도가 해이해지고 있다. 매일 같이 뛰고, 싸우는 아이들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면, 그야말로 방전이다. 이날도 힘이 쪽 빠져서 집에 돌아오니, 6살 첫째가 반갑게 나를 맞아준다. 힘이 넘쳐 보이는 아이에게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요즘 엄마 반 형아 누나들이 말을 잘 안 들어. 어떻게 하지?"
"그래? 몇 명이나 말을 안 들어?"
"몇 명? 아무리 말해도 안 듣는 친구는 2명 정도 있는 것 같아"
"알겠어. 기다려봐."
그리고 나에게 건넨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이 사람은 100번 동안 말을 안 들어서
30일 동안 초등학교에 안 옵니다.
"30일 동안이나 학교에 못 오게 하면 너무 슬프지 않을까?"
"괜찮아. 말을 안 들었잖아."
나는 아이가 만들어준 종이를 소중히 가방 안에 넣었습니다. 마치 직장인들이 가슴 안에 사직서 하나를 늘 품고 다니듯, 이 부적 같은 종이가 나에게 왠지 모를 위로가 됩니다.
가끔은 아이들의 이상한 상담에, 이상하게도 마음이 풀린다. 풀리지 않는 고민이 있다면 연년생 남매의 이상한 상담소에 놀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