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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둥아리 Jan 18. 2022

싸움의 원인을 찾기 위해 cctv를 돌려보았다.

어린아이 둘이 있는 집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이야기, 어린아이들은 잘 놀다가도 눈 깜빡할 사이면 싸운다. 심지어 연년생인 우리 아이들은, 둘째가 20개월 전까지는 단둘이 놓기가 겁이 날 정도였다.


이 날도 여느 때처럼 아이 둘이 따로 또 같이 책상에 앉아 잘 노는 것 같기에, 그 틈을 타 밀린 빨래를 돌리던 찰나였다.


역시나 들려오는 싸우는 소리. 급히 거실로 나가보니 첫째가 동생이 자신을 때렸다고 말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직 말을 잘 못하는 둘째도 오빠가 자신을 먼저 '때찌'했다고 한다.


서로 때린 것도 화가 나는 마당에, 서로 먼저 맞았다고 주장하니 답답해진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는 건가라는 생각까지 들자 마음이 복잡해진다.(나는 웬만해서는 화를 내지 않지만, 남을 때리거나 물건을 뺏는 등의 행위는 엄하게 혼내는 편이다.)


나의 훈육이 슬슬 발동이 걸리려는 차에 cctv를 돌려보았다. 잔소리 폭탄을 잠시 멈추고.


그리고 cctv를 보는데 웃음이 나온다. 알고 보니 그림을 그리던 첫째가 팔을 책상 밑으로 내리며 실수로 동생을 스쳤다. 첫째 입장에서는 실수로 친 것이기에(심지어 살살) 사과의 필요성을 못 느낀 듯했다.
하지만 그 상황을 모른 채 고개를 숙이고 스티커 놀이를 하던 둘째는 오빠가 일부러 때렸다고 착각을 한 듯했다. 그래서 열심히 그림을 그리던 오빠를 갑자기 화를 내며 때린다.(물론 여기서도 살살)


여기까지 보니 그냥 한 편의 코미디를 본 듯 웃음만 나온다. 물론 어른의 입장에서 본다면, 실수로라도 스쳤다면 사과를 하는 것이, 누가 쳤다면 똑같이 때리지 않고 말로 항의하는 것이 옳겠지만, 이 아이들은 고작 26개월 46개월의 아이들이니 말이다.


그래서 진지하던 분위기를 전환하여 웃으며 cctv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오빠가 실수로 너를 쳤고, 동생은 오빠가 일부러 친 줄 알고 너를 때리려던 거라고. 그러니 우리 모두 오해했으니 기분 좋게 화해하자고.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별 거 아닌 일들이 있다. 특히나 아이들의 문제는 그렇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만큼 약지 못해서, 누군가를 일부러 혹은 거짓으로 해하기 쉽지 않다.


때로는 별거 아닌 문제를, 어른들의 복잡한 생각들로 별일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나름의 이유가 있던 일들을 어른들의 생각으로 단정지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오늘도 또 cctv가 한 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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