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으로 행복하기

by 돌강아지


겨울비가 내렸다.

오랜만에 화분들을 내놓고 비를 맞게 했다.

비가 와서 따뜻하고 흙냄새가 맡기 좋다.

화단에 심었던 레몬밤이 얼어 죽지 않고 파랗게 잎을 달고 있다.

손으로 비벼보면 여전히 레몬 냄새가 난다.

기특하게도 그 연한 식물이 노지 월동을 한다.

나는 노지 월동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추운 겨울을 나고 해마다 봄이면 다시 꽃피는 다년생.

집 뒤뜰에는 대파도 파랗게 잎을 달고 있다.

작년 11월인가 12월에 시장에서 뿌리가 있는

대파를 사다가 흙으로 덮어 놓은 거다.

냉장고에 보관했다면 이렇게 오래갔을까?

필요할 때마다 그때그때 뽑아먹고 있다.

된장찌개에, 김치부침개에, 엄마 라면 먹을 때...

보일러실에 고양이 모녀? 모자가 살고 있다.

엄마는 카오스, 애기는 노랑이.

딱히 친해지지는 않고 뒤뜰의 대파와 동등하게 대해주고 있다.

그냥 '있는구나'하고.

우리 집이 아니기 때문에 사정상 같은 걸 챙겨줄 수 없다.

다만 물은 주고 있다. 고양이들이 깨끗한 물을 잘 못 먹는다고 하길래.

정말 대파처럼.

빨래 널러 가면 도망가는 대파.

가족들과 다큐영화 '목숨'과 '가버나움'을 봤다.

우는 건 콧물도 나고 휴지도 써야 하고 해서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보길 잘한 것 같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진심으로 대하기

최대한의 사람들이

가능한 최대한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행복.

나는 꽃이 만발한 들판에 누워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

꽃씨를 심으면 되는데

나는 매번 꽃을 꺾어다가 보고 있는 것 같다.

삶의 행복을 그렇게 구하고 있다.

언제쯤 꽃씨를 심는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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