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산의 파인애플

by 돌강아지


12월 31일 마당의 딱새.

마당에 있었는데 딱새 한 마리가 날아왔다.

은근 겨울에 새들이 자주 보이는 것 같다.

나뭇잎이 없어서 눈에 잘 띄는 건가?

연약하게 생겼는데 전혀 추위를 안 타는 것 같았다.

가까이 다가갔는데 도망가지 않았다.

신기했다.

딱새가 먹을까 싶어서 딸기 다라이에

오트밀과 현미를 담아 놓았는데 먹지 않았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이상 추워서 못 보겠다!

할 때쯤 딱새가 날아갔다.


새해 첫날에는 가족들과 처음으로

산에서 일출을 보기로 했다.

아침에 나랑 엄마 때문에 예정보다 늦게 집에서 나왔는데

그때 언니가 살짝 부글부글했다.

다행히 금방 괜찮아졌지만!

새해 첫날이랑 명절엔 싸워야 제맛이지!(?)

아무튼 산에 오긴 왔는데

깜깜해서 등산로 입구를 못 찾았다.

조깅을 하고 있는 분이 계셔서 물어서 올라갈 수 있었다.

이래저래 시간이 많이 늦어져서

원래는 정상에서 보려던 일출을 걷다가 보게 되었다.

그래도 새해 첫날 등산을 했다는 게 상쾌하고 좋았다.

춥고 힘들어서 정상까지는 못 가고

중간 쉼터에서 엄마가 싸온 찰밥 주먹밥을

맛나게 먹고 내려왔다.


산에서 정말 오랜만에 솔방울 파인애플을 봤다.

어릴 때 언니랑 인형 놀이하면서

이렇게 생긴 솔방울을 주워다가

인형 파인애플이라고 했었다.

다시 보니까 새우튀김 같기도 하다.


얼마 전에 책에서 알게 됐는데 솔방울 파인애플은

청설모가 먹어서 그렇게 된 거라고 한다.

어릴 적에 가지고 놀던 파인애플이라 좋았는데

청설모가 만들어준 파인애플이라니 더 좋아졌다!

야무지게도 먹는다.

몇 개 주워왔다.

솔방울에서 아빠 냄새가 난다.

근데 맨 위는 왜 안 먹는 걸까?




산속에 가니까 새들이 많아서 봄이 오는 것 같았다.

딱따구리들이 나무 구멍을 뚫는다고 여기저기서

닥따닥 소리가 나고 나무 부스러기도 떨어졌다.

몸에 흰 무늬가 있는 딱따구리를 봤다.

찬 푸른 산도 좋지만

다 비어서 탁 트인 겨울산도 좋았다.

새해 전날 언니랑 이런 얘기를 했었다.

1월 1일에 모르는 사람에게 새해 인사를

들을 수 있을까 없을까 하고.

그런데 진짜 모르는 사람에게 새해 인사를 들었다.

산에서 듣고, 시장에서 두부 아저씨한테 듣고.

나는 먼저 인사 못하겠던데.

정말 감사하다.

​늘 그렇듯이

건강하고 행복하고 잘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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