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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달력
by
돌강아지
Dec 20. 2021
마당의 낙엽을 태웠다.
무궁화 나뭇잎, 모과 나뭇잎
봄부터 지금까지 나무의 달력이 타는 것 같았다
.
나무에게 11월이 한 해의 마지막 달처럼 느껴졌다
.
낙엽 타는 냄새가 좋았다
.
왜 불을 보고 있으면 생각이 없어지고 마음이 편해질까
.
낙엽은 태우면 나무와 다르게 활활 타지 않고
차분하게 탄다
.
저번에는 어느 동네에서 예쁜 국화를 봤다.
국화가 이렇게 예뻤나 싶었다
.
씨앗으로 키운 국화가 꽃이 폈다.
작년에, 산책을 갔던 동네에 시든 국화가 베어져 있었다
.
자세히 보니까 꽃이 시든 자리에 씨앗이 있어서
가지고 와서 화분에 심었다
.
국화도 씨앗이 맺고 씨앗으로도 키울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됐다.
어떤 색일까 궁금했는데 한 화분에서
3가지 다른 국화가 피었다
.
하나는 주황색이고, 다른 하나는
주황색이긴 한데
색이 좀 연하고
꽃 모양도 약간 겹꽃이다.
나머지 하나는 흰색이다
.
근데 가지 하나에서 두 가지 색 꽃이 핀다
.
흰색, 분홍색.
처음에
필 때는 크림색이다가
나중에 활짝 피면 흰색이 된다
.
그런데
어느 날 다시 보았더니 흰색 꽃이 핀 가지에
분홍색 꽃도 피어 있었다
.
같은 가지인데 다른 색 꽃이
피는 게 신기했다.
올여름
물을 제대로 못주기도 했고
내가 키우는 능력이 부족해서 휑하게 자랐지만
이렇게 예쁘고 다양한 꽃을 피워서 기뻤다
.
국화를 씨앗에서부터 키운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
향기도 참 좋다
.
국화는 그렇게 관심이 없었는데 국화도 참
예
쁘다는 걸
올해 처음 진심으로 느끼게 됐다
.
내년에는 정성스럽게 잘 키워봐야겠다
.
지금은 시든 산국.
크기가 작으니까 감국이 아니라
산국
인 것 같다
.
향이 무척 좋다
.
다른 국화보다 향이 훨씬 더 깊고 진한 것 같다
.
하천 옆
에 산국이 많이 있는 곳을 눈여겨 뒀었는데
하천
옆 풀을 베면서 다 베어져서 꽃을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산국이 자라는 다른 곳을 알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
찾아보니까 국화는 꽃잎 하나가 꽃 한 송이라고 한다.
엄청 많은 꽃들이 모인 것이 국화
한 송이라고...
그래서 그런지 씨앗으로 심으면
다
다른 꽃이 나온다고 한다!
그럼 내가 씨앗으로 키운 국화는 원래 어떤 국화였는지 알 수가 없겠다
.
다
다른 꽃이 나온다니 실망할
수도 있지만
씨앗으로 키우면 어떤 새로운 국화가 필까 기대하는 재미가 있겠다
.
keyword
자연
나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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