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달력

by 돌강아지

마당의 낙엽을 태웠다.

무궁화 나뭇잎, 모과 나뭇잎

봄부터 지금까지 나무의 달력이 타는 것 같았다.

나무에게 11월이 한 해의 마지막 달처럼 느껴졌다.

낙엽 타는 냄새가 좋았다.


왜 불을 보고 있으면 생각이 없어지고 마음이 편해질까.

낙엽은 태우면 나무와 다르게 활활 타지 않고

차분하게 탄다.



저번에는 어느 동네에서 예쁜 국화를 봤다.

국화가 이렇게 예뻤나 싶었다.

씨앗으로 키운 국화가 꽃이 폈다.

작년에, 산책을 갔던 동네에 시든 국화가 베어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까 꽃이 시든 자리에 씨앗이 있어서

가지고 와서 화분에 심었다.

국화도 씨앗이 맺고 씨앗으로도 키울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됐다.


어떤 색일까 궁금했는데 한 화분에서

3가지 다른 국화가 피었다.

하나는 주황색이고, 다른 하나는 주황색이긴 한데

색이 좀 연하고 꽃 모양도 약간 겹꽃이다.

나머지 하나는 흰색이다.

근데 가지 하나에서 두 가지 색 꽃이 핀다.

흰색, 분홍색.


처음에 필 때는 크림색이다가

나중에 활짝 피면 흰색이 된다.

그런데 어느 날 다시 보았더니 흰색 꽃이 핀 가지에

분홍색 꽃도 피어 있었다.

같은 가지인데 다른 색 꽃이 피는 게 신기했다.


올여름 물을 제대로 못주기도 했고

내가 키우는 능력이 부족해서 휑하게 자랐지만

이렇게 예쁘고 다양한 꽃을 피워서 기뻤다.

국화를 씨앗에서부터 키운 것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향기도 참 좋다.

국화는 그렇게 관심이 없었는데 국화도 참 쁘다는 걸

올해 처음 진심으로 느끼게 됐다.

내년에는 정성스럽게 잘 키워봐야겠다.

지금은 시든 산국.

크기가 작으니까 감국이 아니라 산국인 것 같다.

향이 무척 좋다.

다른 국화보다 향이 훨씬 더 깊고 진한 것 같다.

하천 옆에 산국이 많이 있는 곳을 눈여겨 뒀었는데

하천 옆 풀을 베면서 다 베어져서 꽃을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산국이 자라는 다른 곳을 알고 있어서 다행이었다.



찾아보니까 국화는 꽃잎 하나가 꽃 한 송이라고 한다.

엄청 많은 꽃들이 모인 것이 국화 한 송이라고...

그래서 그런지 씨앗으로 심으면

다른 꽃이 나온다고 한다!

그럼 내가 씨앗으로 키운 국화는 원래 어떤 국화였는지 알 수가 없겠다.

다른 꽃이 나온다니 실망할 수도 있지만

씨앗으로 키우면 어떤 새로운 국화가 필까 기대하는 재미가 있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도토리를 줍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