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를 줍는 시간

by 돌강아지



중학교 때 급식소 옆에 엄청 큰 도토리나무가 있었다.

쉬는 시간만 되면 친구들이랑 도토리를 주우러 뛰어갔다.

나는 수다 떨 줄은 몰라서 친구들이랑 그렇게 도토리를 줍는 게 좋았다.

조용히 도토리를 줍고 있는 시간이 좋았다.

내가 편안해하는, 내가 잘할 수 있는,

나랑 맞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친구들이 있다는 게 좋았다.


도토리는 모아서 한 친구에게 몰아줬다.

그 친구네는 서점을 했는데 걔네 엄마가 도토리묵을 할 거라고 했다.

그 양으로 도토리묵이 만들어졌는지 모르겠다.

누가 도토리를 가져가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냥 도토리를 줍는 게 놀이였다.


내가 가장 안정적인 학교 생활을 했던 때가

중학교 2학년 때인 것 같다.

하지만 나중에 친구들과 멀어졌다.

고등학교를 따로 가기도 했고

중3이 되면서 친구들에게 더 좋은 친구들이 생겼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중학교 때 친구 한 명과 다시 연락을 잠깐 했었다.

친구가 싸이월드에서 내 고등학교 졸업식 사진을 보고

댓글로 '손이 허전해 보인다. 꽃이라도 들고 갈걸.'이라고 했을 때 나는 너무 슬프고 마음이 아팠다.


그 친구와 온라인으로만 가끔 안부를 나누다가

졸업 후에 딱 한번 실제로 만난 적이 있는데

친구와 이제 너무 달라지고 어색해졌다는 걸 알게 됐다.

그때도 슬프고 마음이 아팠다.

난 뭔가 늘 그대로인 것 같았다.

별로 좋지 않은 의미로.


나는 여전히 도토리 줍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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