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뻐꾸기 울음소리는 보라색

by 돌강아지

엄마는 엉겅퀴꽃을 뻐꾸기 꽃이라고 한다.

엄마가 말하는 건 뻐꾹채인가?

아무튼 이쁘다, 뻐꾸기 꽃.


이른 아침 뻐꾸기 울음소리는 보라색.







화분에 심은 나팔꽃이 줄기를 올리고 있었다.

타고 올라갈 것이 없어서 방황하고 있길래

마끈으로 엮어서 망을 만들어줬다.

다음날 아침에 보니까 신기하게도 줄기가 망을 빙글빙글 감고 있었다.

분명 전날 저녁만 해도 공중에 곧게 뻗어 있었는데!

식물도 살아있는 생명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팔꽃을 보면서 '식물도 움직이는구나!'라고

피부에 와닿게 느낄 수 있었다.


저렇게 잘 감고 올라가 주니까 정말 뿌듯하고 고마웠다.

안 만들어 줬으면 얼마나 많이 방황했을까.

그동안 방황하다가 밤새 허겁지겁 올라간 건 아닐까?


마끈으로 만드니까 자연 친화적이면서 표시가 안 나서 좋다.

고추농사 지을 때나 꽃이 넘어질 때 마끈으로 묶으면 좋을 것 같다.


비오기 전날

집 뒤 텃밭 담장에 개미들이 줄을 지어 다니고 있었다.

연두색 애벌레가 기어가고 있었다.

아침 햇빛이 애벌레의 몸을 통과하면서

애벌레의 몸에 맑은 불이 켜졌다.

반딧불이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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