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부 아저씨와 버찌

by 돌강아지


언니랑 아침 운동을 하다가

벚나무에 달린 버찌를 따먹고 있는데

누가 뒤에서 뭐 먹냐고 했다.

돌아보니까 우체부 아저씨였다.


언니가 버찌 따먹는다고 하니까

아저씨가 그게 맛있냐고 해서 하나 드셔 보라고 했다.

아저씨는 약간 불그스름한 버찌 하나를 골라 드시더니

엄청 쓰다며 이걸 어떻게 먹냐고 설탕에 절여 먹냐고 했다.


근데 그건 아저씨가 조금 익은 버찌를 먹어서 그렇다.

그리고 버찌도 맛집이(?) 있는데

그 나무는 쓴맛이 많이 나는 벚나무였다.

안 그래도 씁쓸한데 거기다 덜 익은걸 먹었으니!


이미 손이 닿는 맛있는 버찌는 다 따먹어서

아쉬운 대로 그 버찌를 먹고 있었는데

정말 맛있는 버찌는 쓴맛이 안 나고 앵두처럼 맛있다.

하지만 아저씨는 다시는 버찌를드실 것 같다.



우체부 아저씨는 아침 운동할 때 두어 번 마주쳤다.

이른 아침에 출근하시는데 집배원 복장을 안 입은

우체부 아저씨는 낯설기도 하다.


아저씨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신다.

우체국까지는 거리가 좀 있는데, 차를 타지 않고

일찍 나와서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아저씨가 사는 한적한 시골 동네도 좋다.

그 동네는 구멍가게 하나 없고 온통 초록이다.

찔레, 엉겅퀴, 등갈퀴, 벚나무, 개망초...


우체부 아저씨는 다른 사람들이 어디 사는지 다 알고 있지만

사람들은 우체부 아저씨가 어디 사는지는 모른다.

그래서 이웃동네로 운동 갔다가 우체부 아저씨가

그 동네에 산다는 걸 알았을 때 약간 이런 느낌이 들었다.


'찾았다 딱따구리 집!!'



"뭐 먹습니까?"

"버찌 먹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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