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팡이도 피고 꽃도 피는 여름

by 돌강아지

6월 13일 화분의 접시꽃에 첫 꽃이 폈다.

작년 여름에 길가에서 씨앗을 받아다 심은 건데

고맙게도 올해 꽃을 보여줬다.

진분홍색이다.


접시꽃은 씨앗을 심으면 그 해에는 잎만 자라고

그다음 해부터 꽃을 피운다.

화분에 키워서 그런지 길에서 본 접시꽃은 고층아파트 같았는데 우리 집 접시꽃은 이층 집 같다.


무궁화를 닮은 꽃이 무궁화 필 때 핀다.

나중에 이사 가더라도 접시꽃, 봉숭아, 백일홍은 꼭 키우고 싶다. 꽃들에 여름이 들어있다.


지난봄에 두 포트 사다 심은 딸기.

심고 두 개 정도 먹어 봤을까나.

열매가 제법 달렸었는데 다 어디로 갔나 모르겠다.


언젠가 한 번은 엄마랑 언니가

새가 우리 집 딸기를 따먹는 걸 봤다고 했다.

회색에 앞머리는 무스를 발라 세운 것 같다는 새.

아마도 직박구리인 것 같다.

새가 사람이 왔는데도 도망을 안 가서 신기해서 보니까

우리 집 딸기를 따먹고 있었다고!


그래도 어찌어찌 그동안 두 개를 따먹어 봤는데

크기는 작아도 엄청 맛있었다!

산딸기보다 조금 더 큰 크기?


지금까지 엄청 맛있는 딸기를 딱 두 번 먹어봤는데

한 번은 친척 언니가 농장에서 바로 따다 준 딸기이고

또 한 번이 바로 이 우리 집 딸기다.

동글동글하고 작은데 엄청 새콤달콤 맛있다.

바로 딴 딸기는 이렇게 맛있구나!

근데 새가 나보다 더 많이 먹는 것 같다.

양심껏 먹어라 직박구리!


아침 운동하는 동네에서 보았던 보리수.

가지가 휘어질 듯 많이 달렸다.

엄청 많고 잘 익었는데 따먹는 것 같지 않았다.

주인한테 오천 원 주고 오천 원 치만 따먹고 싶었다.




보라색 나팔꽃이 피었다.

주말 동안 비가 많이 오더니 비를 맞으니까 꽃이 핀다.

그동안 비가 안 왔는데 수돗물을 찔끔찔끔 줄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 다들 엄청 푸르고 싱싱해졌다.

물 아낀다고 채소나 쌀 씻은 물을 받아서 모았다 줬는데

비가 와서 감사했다.

너무 예쁜 보라색이다.


나는 제습기는 사치라고 생각했다.

여름에 비 오면 눅눅하고 그런 거지 뭐,라고 생각했는데

이 집에 오고 나서 그 말이 쏙 들어갔다.

서향이라 해도 잘 안 들고

주위에 논이 많아서 그런지 엄청나게 습했다.

옷방에 걸어둔 옷에도 곰팡이가 나고

벽지에도 선풍기 커버에도 곰팡이가 났다.


곰팡이 대신 이끼나 버섯이 자라면 안 되는 건가.

이끼는 참을 수 있는데.


물먹는 하마도 여러 개 가져다 놓고

제올라이트라는 돌도 놔봤지만 어림도 없었다.

결국 두 손 두발 다 들고 올해는 제습기를 샀다.

이번에 비 올 때 습해서 돌렸더니

물통에 물이 엄청나게 찼다.

공기 중에 그렇게 많은 물이 있었다니!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었는데 돌리고 나면

진짜 뽀송하고 쾌적하다.

전기세도 별로 안 나오는 것 같다.

정말 잘 산 가전제품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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