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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돌강아지
Dec 22. 2021
보일러에 기름을 넣었다
보일러에 기름을 넣었다.
가득 채우니까
30만 원이라고 했다
.
그동안 겨울 난방비를 위해 매달 5만 원씩 저금을 해놔서
타격을 입지 않았다
.
전기장판도 전기를 많이 잡아먹어서
보일러를
돌리는 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하다
.
기름을 넣었다고 주유소에서 고무장갑을 줬다
.
예전에는 고무장갑도 주고 휴대용 휴지도 주고
키친타월까지
줬던 것 같은데..
.
오늘은 날이 정말 추웠다
.
비가 와서 빙판길이 됐다
.
언젠가 겨울에 음식쓰레기를 버리러 가다가
계단이 얼어서 뒤로 넘어진 적이 있는데
그 뒤로 얼음이 얼면 걱정되고 무섭다
.
날이 춥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그런지 독수리들은
좋아하는 것 같았다
.
독수리들이 낮게 날아다녔다
.
독수리들은
넘어질 일 없겠지?
날 수 있다는 건 여러모로 멋진 것 같다.
한 번
은 하늘을 보고 있는데 혼자 날고 있는 독수리를
까마귀 떼
가 괴롭혔다
.
까마귀의 영역에 독수리가
침범했
던 걸까?
아무튼 그래도 무리가 하나를 괴롭히는
건
보기 좋지 않았다
.
연어 장인님!
노래를 어쩜 그렇게 시원하고 청량하게 잘 부를까
.
섬유유연제 냄새가 날 것 같다는 유튜브 댓글이
웃기면서도 무슨 뜻인지 알겠다
.
연어 무한 재생 중.
얼마 전에는 엄마에게 이모한테 전화가 왔다.
이모는 할머니들을 돌봐드리는 일을 하는데
이모도 코로나 검사를 매일같이 받는다고 했다
.
그래도 이모는 밝고 씩씩해서 그 얘기도 웃으면서 했다
.
"언니 나야~ 뭐하는겨?"
"그냥 먹고 누워있어"
"아이고 먹고 누워있는겨? 여기는 코로나
때문에 아주
난리야
~ 콧구멍을 하도
쑤셔대 가지고
콧구멍이 남아나질
않어
~코로 출근 도장 찍어
~하하하하하
"
"그거 엄청 아프다는데
!
너도 조심하고 운전할 때도 조심해! 덤벙대지 말고! 애들도 어디 다니지 말라고 하고! 조심해 마스크 꼭 쓰고!"
"알았어~ 그려 들어가~"
콧구멍이 남아나질 않는다고 해서
(웃으면
안 되지만 이모가 말하는 게 웃겨서)
웃기고 안됐고 그랬다
.
검사할
때 콧구멍 진짜 아프다는데
착하고 밝은 이모는
그 얘기도
웃으면서
했다.
이모 전화가 끝나고 나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책 내용이 떠올랐다
.
'강제 수용소에 예술 비슷한 것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워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술뿐만 아니라 유머도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더욱더 놀랄 것이다.
비록 그 흔적이 아주 희미하고 몇 초 혹은 몇 분 동안만 지속되지만, 유머는 자기 보존을 위한 투쟁에 필요한 또 다른 무기였다.
유머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것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능력과 초연함을 가져다준다'
'유머 감각을 키우고 사물을 유머러스하게 보려는 시도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기술을 배우면서 터득한 하나의 요령이다'
'가혹한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도 인간은 정서적인 독립과 영적인 자유의 자취를 간직할 수 있다'
다음
생에 또 태어난다면 이모처럼 밝고 유쾌하고
주위를 즐겁게 하는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
이모는
웃기고 재밌고 귀엽고 착하고 사랑스럽다
.
이모는 주위를 밝게 하는 에너지가 있다.
나는
그런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않아서 이모의 그런 모습이 부럽다.
내가 성격이 좋았으면 이모랑 더 친하게
지냈을 텐데...
아무튼 코로나가 얼른 끝나서 이모도 모두
힘들지 않고 편하고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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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월동' 매해 겨울을 나고 봄이면 다시 꽃이 피는 다년생의 그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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