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겨울에 핀 철쭉을 보게 된다면

by 돌강아지


요즘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달이 떠 있다.



언젠가 본 겨울 철쭉.

겨울 철쭉은 단풍이 참 예쁘다.

꽃의 색도 오묘하다.

살짝 얼은 보랏빛 진분홍색.

아주 드물게 한 두 송이씩 피어 있다.

나도 가끔 겨울 속에서 봄을 느낀다.




흰뺨검둥오리.

겨울이 아닐 때도 드물게 봤지만 확실히 겨울에 많이 보인다.

운동장 가는 길 하천에서 거의 매일 본다.

깜깜한 겨울 아침에 운동하러 하천 옆을 지나가면

오리들이 깜짝 놀라면서 푸드덕 날아오른다.

그럼 나도 깜짝 놀란다.

하천의 오리들에게 이름도 지어줬다.

오손이, 도손이.

여러 마리 있어도 오손이, 도손이, 오손이, 도손이...

언젠가는 오리에게 '유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서

오리 한 마리를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운동장 쪽에 넓은 저수지도 있는데 왜 꼭 쓰레기도 많고

물도 별로 없는 이 하천으로 오는지 모르겠다.

​물도 별로 없어서 걸어 다니면서.




오리들은 하늘을 날 때 자기 자리가 있다.

꼭 그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비비비비 하는 소리를 내면서 날아간다.

오리들이 머리 위를 지나갈 때 귀를 기울이면

비비비비 비비비비-

날갯짓 소리인지

오리들이 입으로 내는 소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꽤 듣기 좋은 소리다.

작고 귀엽고 착한 소리.

무거워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잘 난다.




늦게 심은 맨드라미가 추위에 시들었다.

맨드라미 옆구리를 툭툭 건드려서 씨를 받았다.

맨드라미도 참 씨가 많은 꽃이다.

언젠가 산 옆의 길을 걸은 적이 있는데

외딴곳에 작은 집 한 채가 있었다.

집은 작고 예쁘지 않았는데 집으로 올라가는 흙 계단

양 옆으로 엄청 많은 맨드라미가 심어져 있었다.

다른 꽃은 없고 맨드라미만 있었는데 굉장히 인상 깊었다.

어두운 산 그림자와 짙은 맨드라미가 정말 잘 어울렸다.

분명 맨드라미처럼 오묘한 사람이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산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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