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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겨울에 핀 철쭉을 보게 된다면
by
돌강아지
Dec 20. 2021
요즘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달이 떠 있다
.
언젠가 본 겨울 철쭉.
겨울 철쭉은 단풍이 참 예쁘다
.
꽃의 색도 오묘하다
.
살짝 얼은 보랏빛 진분홍색.
아주 드물게 한
두 송이씩 피어 있다.
나도 가끔
겨울 속에서 봄을 느낀다.
흰뺨검둥오리.
겨울이
아닐 때도 드물게 봤지만
확실히 겨울에 많이
보인다.
운동장 가는 길 하천에서 거의 매일 본다
.
깜깜한 겨울 아침에
운동하러 하천 옆을 지나가면
오리들이 깜짝 놀라면서 푸드덕 날아오른다
.
그럼 나도 깜짝 놀란다
.
하천의 오리들에게 이름도 지어줬다
.
오손이, 도손이.
여러 마리 있어도 오손이, 도손이, 오손이, 도손이...
언젠가는 오리에게 '유리'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서
오리 한 마리를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었다
.
운동장 쪽
에 넓은 저수지도 있는데 왜 꼭 쓰레기도 많고
물도 별로 없는 이 하천으로 오는지 모르겠다
.
물도 별로 없어서
걸어 다니면서.
오리들은 하늘을 날 때 자기 자리가 있다.
꼭 그 자리를
지켜야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비비비비 하는 소리를 내면서
날아간다.
오리들이 머리 위를
지나갈 때 귀를
기울이면
비비비비 비비비비-
날갯짓
소리인지
오리들이 입으로 내는 소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꽤 듣기 좋은 소리다
.
작고 귀엽고 착한 소리
.
무거워 보인다고 생각했는데 잘 난다
.
늦게 심은 맨드라미가 추위에 시들었다.
맨드라미 옆구리를 툭툭 건드려서 씨를 받았다
.
맨드라미도 참 씨가 많은 꽃이다
.
언젠가 산 옆의 길을
걸은 적이 있는데
외딴곳에
작은 집 한 채가 있었다.
집은 작고 예쁘지 않았는데 집으로 올라가는
흙 계단
양 옆으로 엄청 많은 맨드라미가 심어져 있었다
.
다른 꽃은 없고 맨드라미만 있었는데
굉장히 인상 깊었다
.
어두운 산 그림자와 짙은 맨드라미가 정말 잘 어울렸다
.
분명 맨드라미처럼 오묘한 사람이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산을 내려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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