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쌍의 연체동물처럼
사랑하는 연인과 농밀한 밤을 보내겠다고 결심한 당신,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도구는 무엇인가요? 트임이 독특한 실크 슬립이나 나일론 레이스로 짜인 홑겹 속옷과 가터벨트, 혹은 와인과 함께 밀도감이 느껴지는 보컬이 곁들여진 재즈일지 모르겠네요. 혹은 페로몬 향수처럼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시그널을 던질 수도 있겠죠.
제가 어릴 적엔 현 키즈 카페의 원형과 같은 정글인이라는 게 있었습니다. 기구에 팔을 매달린 채 미끄러지는 ‘타잔’ 놀이도 할 수 있고, 두 번 이상 뒤틀려 곡을 그리며 내려오는 미끄럼틀도 있었죠. 그중에서도 주먹 크기의 공으로 가득 찬 볼풀장은 가장 좋아하는 장소였습니다.
커서는 그러한 거대 풀장을 젤 형태의 무언가로 채운다면 어떨까, 상상해 보기도 했는데요. 몇 년 전 선풍적인 인기였던 슬라임은 판타지를 강화하는 모티프가 됐죠.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있다며 목적 없이 찹쌀떡 제형의 슬라임에 손가락을 집어넣을 때면 인간이란 도통 알 수 없는 생물이구나, 의아했습니다.
이야기가 돌아왔는데요. 속옷이나 향수도 좋지만, 직접적인 방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촉각이죠. 문명 세계란 독특해서, 상상을 실재화한 제품을 현실에서 만날 때가 있습니다. 가정용 욕조 용량을 1300x600x600으로 가정하면, 약 500리터의 물을 받을 수 있는데요. 욕조를 40%만 채우고 사진 속 젤 두 통(한 통이 250ml)을 푸니 원하는 점성이 나왔습니다. 상상 속 ‘젤 풀장’이 구현된 것이죠.
연인과 반신욕을 즐기는 것은 침대에서와는 색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일단 물속이라 부력이 있어 끌어안고 있어도 몸이 한층 가볍죠. 이에 젤로 변한 물은 연인의 허벅지를 타는 것만으로 새로운 감각을 안깁니다. 윤활 젤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다면 모르는 촉감은 아닐 겁니다. 콧물 제형의 토너와도 닮아있죠. 한 마디로 서로 거대한 미역이 되어 엉겨 있는 느낌이랄까요.
미역이 미끌거리는 이유는 알긴산이라는 수용성 섬유질 때문입니다. 섭취 시 몸속 중금속을 흡착해 배출하는 효과가 있죠. 안타깝게도 이 젤은 먹으면 안 되고, 체내 노폐물도 꺼내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쌍의 연인을 연체동물로 둔갑시키는 힘을 지녔죠. 과장을 곁들이자면, 일본의 유명한 춘화인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문어와 해녀’ 속 인물이 된 기분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습니다.
인간의 상상력은 놀랍습니다. 문어와 인간을 쾌락으로 묶을 발상을 하다니 말이죠. 넷플릭스 교양 다큐 시리즈 <익스플레인 : 세계를 해설하다>에 따르면, 영장류인 인간과 문어와 같은 두족류는 무려 7억 년 전에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분기점은 애벌레였다는군요.
5억 개에 달하는 문어의 신경세포 중 66%가 팔다리에 분포돼 있다고 합니다. 요는, 문어처럼 전신의 촉각에 집중해 보자는 겁니다. 침대에서도 그 감각을 살린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썸네일 사진 출처 : Maël BALLAND
(pexels.com/ko-kr/@toulouse)
당부의 말
+물밖에 나올 땐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잠깐의 즐김이 저승길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brand 레드컨테이너
product 사랑가득욕조가득입욕젤
price 2만원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