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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el Jun 22. 2019

라스마인 도서관, 고전적 건축미를 담다

그 책을 찾아서 -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본격 더블린을 중심으로 한 아일랜드 도서관 탐방기를 시작! 최근 들어 이곳 생활이 익숙해지면서 자꾸 게으름이 스멀스멀 기어들어오는데 무언가 선명한 목표가 있는 작업을 해야 게으름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동안 아이템으로 고민해왔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더블린에는 26개의 공공 도서관이 있다. 관광 명소로 유명한 Book of Kells의 Long Room이나 아일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 도서관이자 지금은 또 다른 관광지가 된 Marsh's Library, 동서양의 문물을 총망라한 박물관이자 도서관인 Chester Beatty 등도 포함하면 30개는 더 넘어가겠지만 일단은 현재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 도서관만 중심으로 해보겠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내가 살고 있는 라스마인의 라스마인 도서관. 내가 더블린에서 가본 두 번째 도서관인데 외관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처음에는 이게 도서관인지 모를 정도로. 여담으로 첫 번째로 가본 도서관은 시티 센터에 있는 아일락 도서관으로 여긴 쇼핑센터 내에 있어서 그렇게 예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다양한 모임이 있고 접근성이 용이한데다 신문도 관리가 제법 잘 돼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곳이다. 여긴 다음에 포스팅하기로 하고 오늘은 라스마인에 집중.



고작 2층에 불과하고 소장 서적이 한국 공공 도서관에 비해서는 적지만 그래도 충분히 이용 가치가 있다. 일단 외관이 매우 예쁘다. 사진은 흐린 날에 찍어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우중충해보이는데 날이 화창한 날 들어서면 이곳만큼 책 읽고 싶은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곳이 없을 정도다. 라스마인의 첫 도서관은 1887년에 문을 열었고 현재 건물은 1913년에 완성돼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1902년 라스마인과 라스가 의회는 앤드류 카네기(Andrew Carnegie)라는 자선가에게 건물 지원비를 제공해줄 것을 요구했으며 총 8500파운드를 제공받아 현재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고 한다.(주석 참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는 심플하지만 아름다운 스테인리스 창문이 있다. 아일랜드 건물 중에는 이런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 많다. 게이 시어터 페스티벌 때 Teacher's Club 2층에 있는 펍도 되게 예뻤다.


Teacher's Club 2층에 있는 펍 겸 카페. 현금만 받으니 갈 사람은 꼭 현금을 준비할 것.


나무로 된 계단 위로 올라가면 작은 열람실이 나오고 좌석은 20개 정도에 불과하다. 또 경영, 경제, 역사 등 서적도 마련돼 있다.




사실 책들이 어떤 기준으로 배열돼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책의 주제나 종류별로 구분된 것은 알겠는데 그 다음이 문제다. 식별 번호를 명확하게 알 수가 없어서 위치를 찾기가 매우 곤란하다. 한강의 채식주의자(Vegetarian)를 읽기 위해 도서관 사이트에서 알려준 위치대로 책을 찾으려는데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도서관 직원에게 물어보긴 했는데 그 분은 아예 다른 책을 가져다줘서 당황; 선반이 몇 개 없어서 그냥 눈대중으로 전부 뒤져서 찾아내긴 했는데 아직도 책 배열 기준을 모르겠다.


한강의 채식주의자 원서는 노란색 표지였는데 여긴 이런 느낌이다. 이 책을 찾곤 3시간 만에 채식주의자를 다 읽었다. 몽고반점과 나무 불꽃은 읽지 못했는데 나중에 가서 책을 찾으려고 가니까 없더라. 내 기억으로 원서에서 주인공 영혜의 과거 회상 부분이 상당히 문학적으로 표현됐던 것 같은데 이를 영어로 잘 표현해 낸 것 같았다. 한국어로만 존재하는 단어를 영어로 풀어서 쓰지 않고 소리 나는 대로 번역한 게 마음에 들었다.






이 책도 찾았다! 소년이 온다. 이 책은 더블린 시내에 있는 책방에 가도 많이 진열돼 있다. 이 책은 빌려왔다. 도서관에 가서 본인의 거주지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IRP 혹은 GNIB 카드 받을 때 동봉돼서 온 레터)와 신분증을 들고 가면 금방 도서관 카드를 만들어준다. 가장 중요한 게 거주지 증명 서류니까 카드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면 잊으면 안된다. 한 도서관에서 만든 카드로 아일랜드 전역에 있는 모든 도서관에서 이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책 대여 기간은 3주, 웹사이트에서 연장도 가능하다.


한국 서적은 한강 이외에도 황정은의 '백의 그림자(One Hundred Shadows)'도 있다고 한다. 아직 찾아보지 못했으니 일단 빌려온 책을 다 읽으면 그 다음 편은 황정은의 책을 다른 도서관에서 찾아보도록 하겠다.


도서관 내부에서 찍은 영상으로 첫 번째 '그 책을 찾아서 - 라스마인 도서관' 편을 마무리한다.


(주석)

https://www.dublincity.ie/story/rathmines-library-100-years-heart-commun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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