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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들 Jul 06. 2023

따뜻한 엄마 사랑, 받지 못한 아이

다문화 가정 아이들 한국어 교육 이야기

따뜻한 엄마 사랑, 받지 못한 아이




9명의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비록 얼굴과 피부색이 다르지만, 한국어를 잘해서 차별받지 않고 당당하고 행복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만들어 주고 싶은 소망을 품고 고군분투(孤軍奮鬪)한다. 9명의 다문화 아이들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으로 다양한 국적(중국 5명, 인도 1명, 남아공 1명, 필리핀 1명, 미국/한국 1명)을 가졌고, 부모 모두 외국인인 아이가 7명,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한국인인 아이는 2명이다.



           

이 가운데 유독 나의 관심을 끈 한 아이(이후 H로 칭함)가 있었다.


H는 1학년 학생으로 아버지는 한국인, 어머니는 일본인이고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한국 국적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H의 어머니께서 3년간 투병하다 돌아가셨다고 했다. 아, 아직 너무 어린아이인데... 얼마나 안타깝고 가슴 아팠는지 모른다.



     

첫 수업 시간에 H 얼굴을 봤다.


교사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고, 매사에 자신감을 잃었는지 어떤 의사 표현도 하지 않았다. 동작도 너무 느렸다. 따뜻한 엄마 사랑받지 못한 아이! 어머니의 보살핌을 많이 받지 못했나? 그래서 엄마품이 그리운 걸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이 H에게 어떻게 한국어를 잘 가르쳐줄까?


늘 그랬듯이 아이들과의 격(隔)을 없애기 위해 왕(王) 게임(아래 참고)을 했다. H가 왕이 될 때까지 게임을 했다. 드디어 H가 왕이 되자, 웃었다. 칠판에 한글 익히기 보조자료(숫자, 한글 자·모음, 가나다라마바... 하)를 붙이고, 한 아이씩 칠판 앞에 나와 지시봉으로 글자와 숫자를 가리키며 따라 읽게 했다. 드디어 H 차례, H는 더듬거리며 읽었다. 잘 모르는 글자는 내가 옆에서 슬쩍 작은 소리 내어 도와주었다.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자기 차례를 잘 감당(堪當)했다. 잘했다. 격이 엷어진 것 같다. H는 왕 게임에서 왕이 되어 웃었고, 대표(代表) 읽기를 잘해서 누구보다 더 발전 가능성을 보였다.



     

어떤 때에는 교사인 내가 과잉 행동하며 웃겨주었다.


H가 한글 읽기와 쓰기를 잘했던 날, 나는 큰 소리로 칭찬해 주며 과자를 주었다. 받아쓰기에서 100점 맞고 집에 가는 날에는 다른 아이 모르게 또 슬쩍 과자를 손에 쥐어 주었다. 며칠 뒤였을까? H는 직접 한글 익히기 보조자료를 칠판에 부착했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에게 따라 읽게 하며 한글을 가르쳤다. 놀라운 발전이다.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 숙였던 H가 한국어 공부를 잘한다. 열심히 한다. 놀라운 잠재력을 뽐내며 제법 한국어를 잘 읽고 받아쓰기도 잘한다. H가 고맙다. H에게 감동하고 싶다.


글씨를 잘 쓰는 H 모습



9명의 다문화 가정 아이들!


나는 오늘도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처음 만날 날, 말똥말똥한 그들의 눈에 비친 두려움의 대상, 한국어가 이젠 즐거움의 대상이 되었다. 아직 한국어를 잘 모르지만, 그들은 조금씩 조금씩 한국어를 더듬거리고 있다. 분명히 작은 희열을 느끼며 발전하고 있다. 언젠가 그들은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짊어질 희망 꽃 되어 활짝 필 것이다. 그들이 어른되는 날에는 틀림없이 대한민국의 훌륭한 국민으로서 서로 존중받고, 인정받을 것이다.



[참고]

왕(王) 게임: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왕이 되고, 진 사람은 진 사람들끼리 가위바위보를 해서 최종 이긴 사람이 왕에게 도전한다. 도전자는 왕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 도전의 뜻을 밝힌다. 왕은 도전자의 사람의 인사하는 모습이나 태도, 언어가 맘에 들지 않으면 다시 하라고 한다. 왕은 도전하는 사람의 태도가 흡족하면 도전을 받아주고 가위바위보로 승부를 가룬다. 또 이긴 사람은 왕이 된다. 진 사람들은 진사람끼리 또 가위바위보 하며 도전 자격을 얻어 왕에게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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