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의 과정을 무사히 끝내서후련하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아이들 모습을 그려보니 진한 아쉬움이 가득 묻어난다.
이번 학기에는 9명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만났다.
그런데 그들의 한국어 수준은 모두 달랐다. 즉, 지난해 1년 동안 한국어를 배운 학생 1명, 작년 12월, 금년 3월에 한국에 온 학생 6명, 금년 5월에 온 학생 2명으로 학생들의 한국어 노출 빈도와 출발점 수준이 모두 달랐다.
학년과 국적, 학습조력자도 달랐다. 초등학교 1학년 2명, 2학년 3명, 4학년 1명, 5학년 2명, 6학년 1명이고,국적은 중국 5명, 인도 1명, 남아공 1명, 필리핀 1명, 미국/한국 1명이며, 부모 모두 외국인인 학생이 7명,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이라도 한국인인 학생은 2명이었다.
이런 학생들을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고민이 깊어졌다. 다양한 배경, 수준의 차이들 가진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시간표 편성, 교육과정 편성·운영, 수업디자인 등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학생들의 한국어 수준이 비슷한 듯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너무 달라서 수준별, 개별화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할 것 같았다.
일단, 담당 교사가 작성해 준 시간표를 활용해 수업을 시작했다. 예상했던 문제점이 속출하여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다시 2번의 논의과정을 거쳐 1학년 2명+4학년 1명, 2학년 3명, 5학년 2명+6학년 1명으로 학년군을 고려해서 시간표를 재작성했다.
1학년 2명+4학년 1명으로 구성된 학생들의 수업은 1학년 학생 2명 가운데 L은 어머니가 한국인이어서 한국어 말하기를 잘했다. 그러나 낱말 읽기는 하는데, 구체물과 매칭(matching)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H는 L에 비해 한국어 학습 출발 시기가 달라, 개별 수업을 하여 학습격차를 줄여 주었다. 한 달 정도 지나 L, H 학생이 동일(同一)한 진도로 학습했다. 4학년 학생 J는 1학년 학생보다 한국어 읽기를 더 잘하여 ‘학습 내용 주요 부분 설명하기, 받아쓰기 문제 불러주기, 낱말카드 제시하기’ 등의 역할을 주었더니, 한국어 공부를 더욱더 열심히 하였다.
2학년 3명은 1년 정도 한국어를 배운 N 학생은 한국어로 말하기를 잘했고, 쓰기도 잘하여 2단계 한국어 학습 교재를 사용해서 한국어 학습을 했다. 5월에 한국에 온 K 학생은 영리하고 학습 태도가 좋아 빠른 속도로 한국어를 습득했다. 또, K 학생처럼 5월에 한국에 온 W는 한국어도 모르지만, 매우 주의 산만하여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았다. 그래서 세 학생의 수준에 맞게 교재와 교육내용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고, 각각의 학생 수준에 맞게 맞춤형 수업을 했다. 수업 중에는 개별 지도한 후 적정 과제를 제시했으며, 교사는 주로 주의가 산만한 W 학생에게 집중했다. 아주 힘들고 어려운 수업이었다.
5학년 2명+6학년 1명의 수업은 작년 12월에 한국에 왔고, 어머니가 한국인이어서 한국어 이해력, 습득력이 빠른 5학년 Y 학생, 금년 3월에 한국에 온 5학년 A 학생은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망이 강했고 매우 진취적인 학습 태도를 지녔다. 5월에 한국에 온 6학년 K 학생은 한국어를 떠듬떠듬 읽으며 나름대로 한국어 조성 원리를 빠르게 이해하였고 받아쓰기를 잘했다. 세 명의 수업은 5학년은 Y 학생이 A 학생에게 한국어 읽기, 쓰기, 말하기에 도움을 주도록 했고, 6학년 K 학생은 수준에 맞게 개별지도를 했다. 세 학생 모두 고학년이어서 교사의 말을 잘 듣고 학습 태도가 양호하여 수월하게 수업할 수 있었다.
지난 3개월 과정을 되돌아보니, 학년과 한국어 출발점 수준이 다른 학생들에게의 매시간 수준별, 개별화 수업을 하는 것은 아주 힘들었다. 한 시간 속에서 3명의 학생에게 서로 다른 세 가지 한국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서일까? 3개월 과정을 마쳤지만, 학습 진도(進度) 면에서 모음 10자, 자음 14자까지 학습했던 학생들이 있고, 받침 있는 한국어까지 학습했던 학생들이 있었다. 이들 모두계속해서 꼼꼼히 한국어 학습을 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9명의 학생! 그들은 내일의 한국인이다.
하루빨리 기초·기본 한국어를 익혀 교과 학습을 잘하고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길 기대해 본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내가 그 아이들의 한국어 학습에 참여했기에 작은 보람을 가져본다. 2학기 때에는 또 어떤 아이들을 만나 한국어를 가르치게 될까? 파란빛 감동을 기대하며, 기다려보는 이 시간이 그저 소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