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어떤 다문화 학생을 만날까?’하고 기대하며,한국어강사 모집 공고를 기다린다. 2학기 개학을 했으니, 곧 모집 공고를 할 것이다. 드디어 공고문이 떴다. 나는 즉시 모집기준 및 방법을 살펴보았다.
OO초등학교에서 중도입국자녀 한국어교실 강사를 다음과 같이 모집합니다.
가. 모집기준
1) 국가공무원법 제33조 및 교육공무원 임용령 제13조에 결격 사유가 없는 자
2) 올바른 교육관을 가진 자로서 기초학습부진 학생지도가 가능한 자
3) 2023년 11월까지 지속적, 열성적으로 기초학습교육에 참가할 수 있는 자
4) 본교 교육시간 운영에 맞게 탄력적으로 수업이 가능한 자
5) 학교에서 요구하는 각종 서류 구비자, 신원조회 및 성범죄경력조회에 결격 사유가 없는 자
6) 우대사항
◦초·중등학교 교사자격증 소지자
◦언어치료 관련 자격증 소지자
◦한국어 강사 자격증 소지자
◦국어과 관련 전공자
◦몽골어 또는 중국어 구사자(관련 어학점수 소지자)
나. 모집방법
◦ 1차 시험 : 서류전형(1차 합격자만 8월 24일(목) 16시까지 개별 통보)
◦ 2차 시험 : 면접(서류전형 합격자에 한함)
1차 제출 서류를 꼼꼼히작성해서 e메일로 보냈다. 이제부터 기다림의 시간, 1차 서류전형 결과를 확인하려고 e메일 수신 여부를 체크(check) 했지만, 웬걸 발표일인 8월 24일까지 e메일을 수신하지 않아서 포기했다. 그런데 4시 50분에 OO 아이알리미에서 카톡으로 알림톡이 왔다.
수원 OO초등학교에서 발송한 알림장이 도착하였습니다.
발신자 : 수원 OO초등학교
연락처 : 010********
안녕하십니까? 본교 한국어교실 강사에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귀하는 1차 서류심사에 합격하셨습니다. 면접에 참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시 : 8월 25일(금) 15:00
장소 : OO초등학교 본관 1층 운영위원회 협의실
제출서류 :
-최종학력증명서 1부
-자격증 및 경력증명서 사본 1부(해당자에 한함)
연락을 받은 것을 확인하기 위하여 확인 회신해 주시기 바랍니다.
※ 본 알림톡은 OO 아이알리미 스쿨메신저를 통하여 발송되었습니다.
담당자에게 전화했다.
“선생님, e메일 확인을 하지 않아서 포기했는데, 제가 1차 서류전형 합격한 건가요?”
“무슨 말씀이세요? 메일 확인했고요. 1차 합격했습니다. 내일 면접하러 오실 거예요?”
“아, 예. 감사합니다. 면접하러 가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대표 포털 OO메일이 문제였다. 오늘, 지금도 수신확인이 안 된 상태로 되어있으니, 정말 한심스럽다.
오늘은 면접일이다.
단정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얀 와이셔츠 꺼내어 다려 입었다. 오랜만에 양복도 입었다. 면접 대기실에 가니, 두 사람이 대기 중이셨다. 내가 맨 먼저 면접실로 들어갔다. 공손히 인사드리고 지정해 준 자리에 앉았다. 정면에 네 분의 면접위원이 있었다. 담당 선생님께서 자기소개를 해 달라고 했다.
“예, 저는 42년 동안 교직 생활을 했고, 2021년 2월에 퇴직했습니다. 제2의 인생을 의미 있게 보내려고 한국어교원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퇴직 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다문화 아이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에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질문 드리겠습니다. 한국어를 전혀 모르는 몽골 아이와 중국 아이가 있는데, 어떻게 한국어를 가르치겠습니까?”
“아이들이 2명이라면 따로따로 가르치는 것보다는 두 명을 같이 묶어 가르치려고 합니다. 훨씬 교육효과가 크거든요. 그리고 제가 영어와 중국어를 할 수 있으니까 적절하게 이중언어를 사용하겠고요.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한국어를 단계적으로, 맞춤형으로 가르치려고 합니다. 아, 그런데 저 말고 두 분의 면접대상자가 더 있으니, 몽골어와 중국어 기반 언어적 배경을 가졌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아무래도 괜찮습니다. 한국어강사의 경우 수당이 낮고 지역에 따라 아예 희망자가 없어서 제2, 제3의 재공고를 하고 있으므로, 저는 어느 학교든지 다문화 아이들이 있으면 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고 싶습니다.”
사실 면접하러 가서 ‘다른 면접대상자를 살펴보고 적임자를 찾아봐 달라’라고 말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답변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장학관을 하면서 ‘중도입국자녀 한국어교실 운영계획’을 기획했던 경험이 있기에, 이 프로그램의 속성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다문화 학생의 모국어와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이중언어강사라면 나보다 더 효과적으로 한국어를 지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직히 면접 결과를 포기했다. 틀림없이 몽골어와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유능한 한국어강사를 뽑았을 것이라고 단정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5:30pm에 ‘OO 아이알리미’에서 또 알림톡이 왔다.
수원 OO초등학교에서 발송한 알림장이 도착하였습니다.
발신자 : 수원 OO초등학교
연락처 : 010********
안녕하세요? OO초 한국어교실 강사에 채용되셨습니다. 아래 서류 구비하셔서 다음 주 화요일 오후 세시에 본교 교무실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합격자 제출 서류
◦ 주민등록등본 1부
◦ 채용신체검사서(흉부엑스레이 포함) 1부
◦ 잠복결핵 검진(혈액검사) 결과지 1부
◦ 통장 사본 1부
※ 본 알림톡은 OO 아이알리미 스쿨메신저를 통하여 발송되었습니다.
담당 선생님이 전화를 했다.
“합격 축하드립니다. 면접위원들이 논의한 결과, 다양한 다문화 학생을 지도했던 경험이 있는 선생님을 뽑기로 했어요. 그런데 며칠 전, 카자흐스탄 아이 두 명이 왔어요. 그래서 4명을 가르쳐야 할 것 같아요.”
“네. 괜찮습니다. 뽑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가르치겠습니다.”
나는 또 한국어교실 강사로 채용되었다. 앞으로 3개월 동안, 몽골 1, 중국 1, 카자흐스탄 2 모두 4명의 학생과 함께 한국어와 한국문화 여행을 할 것이다. 한국어를 몰라서 학교생활에서 학습 부적응은 물론, 심각한 정서적 부적응까지 겪게 될 이들의 두려움, 답답함을 잘 알기에 나는 한국어를 열심히 가르치고 싶다. 다문화 학생 4명이 능력 있는 글로벌 한국인 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들은 한국어도 잘하고 모국어도 잘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