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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들 Jul 02. 2023

다문화사회전문가 초청 특강 후기

다문화 학생의 한국어 지도 실제

모교(母校)로 특강 하러 가는 날!     



오랜만에 교수님과 재·졸업생 후배들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밤새 몸을 뒤척였다.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 오늘은 무척 덥다고 한다. 그래서 얼른 전철을 타려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운수 좋은 날인가? 기다림 없이 버스를 탔고,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전철로 환승했으니. 더군다나 전철 안에는 자리가 많았다. 후후. 내 기준으로 좋은 자리에 앉았다. 이 또한 기분이 좋다.


전철 안에서 강의안을 펼쳤다. 한국어 지도사례를 꼼꼼히, 많이 알려주고 싶어서 내용을 첨가했다. 1시간 강의인데 다 할 수 있을까? 조바심 들었지만, 열의(熱意)는 또 내용을 덧붙여 갔다. 40분 전, 강의실에 도착했다. 번개? 조교님께서는 벌써 강의 준비 세팅을 다해 놓으셨다. 감사한 마음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11시 강의 시작!


‘서울문화예술대학교 한국어교육학과는 세계 최고 글로벌 한국어교사 명문 양성 대학’이라며 후배들에게 자부심 갖도록 일갈(一喝)했다. 나아가 전 세계 곳곳에서 우리 대학 출신 동문들이 활동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어서 다문화 학생들과의 만남을 소개했다. 금년에 만난 9명의 다문화 학생(중국 5, 필리핀 1, 미국 1, 남아공 1, 인도 1)의 특징, 한국에는 언제 왔는지, 그리고 가족 관계에 대해 안내했다.      


첫 번째 질문을 했다. "첫 만남, 첫 시간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학생들은 답변이 없었다. 나는 거듭 "첫 만남에서 아이들과 무슨 얘기부터 할까요?, 이후 수업 시간을 잘 보내려면 어떻게 할까요?" 학생들의 침묵이 길어졌다. 나는 직접 자문자답(自問自答)했다. '중국어로 인사를, 영어로 인사를 해주어야 한다. 번역기도 활용하자. 긴장을 풀어주고 아이들과 친해지기 위해 간단한 게임을 하자'라고 말하며, 게임 방법을 소개했다. 또 교사 소개, 학생 실태 파악, 학습 규칙 정하기, 지도교재 소개하기, 학습준비물(연필, 지우개, 색연필, 받아쓰기 공책, 사탕, 낱말카드, 교재, 쾌적한 학습환경) 배부하기 등 첫 시간의 할 일을 세세히 얘기했다. 덧붙여 학생 실태 파악 시, 민감한 사항은 엄금하고 학습조력자와 한국어 노출 환경을 파악해 보라고 했다.

     

두 번째 질문을 했다. "수업 디자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국적·학년·출발점 수준이 다른 학생들을 어떻게 반(班)을 나눌까?, 개별학습, 수준별 학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국어 영역별 지도는?, 교과 학습 한국어와의 연계는?" 역시 답이 없어서 내가 답했다. '1주일 정도 지도한 후 반 편성하자. 무학년제 수준별로 반 편성하자. 단순한 어휘, 친근한 상황, 우선 지도 순위를 정하자. 초등학교 1학년 국어, 보조교재를 적극 활용하자. 학교·학급·특별실을 순례하며 표찰 읽고 쓰기와 각 실을 소개하자’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세 번째 질문을 했다. "한국어는 어떤 순서로 지도할까?" 어쩌면  이 질문이 오늘 특강의 핵심이었다. 나는 처음 2시간 정도 활용해서 ‘연필 쥐는 법, 쓰기 공책(네모 칸 공책) 활용 방법, 앉은 자세,... 기초·기본학습훈련 등을 꼼꼼하게 안내하자’라고 했고, 이어서 ‘신나는 한글 놀이, 제시문은 매일 반드시 읽게 하자’라고 강조했다.

     

다음 4시간 정도 ‘기본 모음 익히기를 천천히, 여유 있게, 꼼꼼히 지도하고 구체물도 활용(예: 우유)하자'라고 했다. '홀소리 10자와 발음 지도 철저히 하고, 홀소리 발음, 쓰기, 읽기 등 반복 지도하고, 별지 확대 안내 자료를 제시하여 시각적인 효과도 높이자'라고 했다. 또 ‘여우야, 여우야, 뭐 하니’ 실제 전래동요를 가르쳐 주고 반복, 코믹하게, 강약 활용하여 지도하자고 했다. 이어서 홀소리 받아쓰기를 실시하는데, 자기 이름과 학교 이름 쓰기, 낱말카드 보여주기-읽기-허공에다 손글씨 쓰기, 아는 글자는 받아쓰기 공책 또는 칠판에 쓰기 등 다양하게 쓰기 지도를 하자고 얘기했다.  

   

드디어 자음 'ㄱ, ㄴ' 지도를 시작으로 닿소리(자음) 14자 확대 시각 자료를 보여주고 안내한 후, 홀소리 지도와 같은 방법으로 ‘ㅎ’까지 모두 마치면 한국어 모음, 자음, 기본 낱말, 기초 말하기 등을 학습하라고 했다. 또 받아쓰기 범위를 ‘닿소리-받침 없는 홀소리 낱말-닿소리+홀소리 낱말’ 등으로 확장하여 실시하는데,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하고 쉼 없이 말하고, 읽고, 쓰고, 반복 또 반복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또한, 학습 도중에 학습 스트레스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하여 적절한 보상 강화, 칭찬을 많이 해주어 자신감, 자아효능감, 자존감을 키워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나의 ‘브런치 스토리-매거진’의 ‘인생 제2막 한국어 교원’을 소개했다. 이곳에는 한국어 교육 관련 다양한 지도사례와 학습자료를 탑재해 두었으니 브런치 스토리를 적극 활용해 달라고 권했다.  

    

어느덧 1시간이 훨씬 더 지나가 버렸다. 교수님께서 20분 더 강의할 수 있다며 여유를 주셨다. 나는 쾌재를 부르며 효과적인 한국어 교육을 위해 학생들의 활동 장면, 동선에 따라 한국어 노출 빈도 높이기, 개인별, 단계적, 수준별 맞춤형 지도 계획을 수립하여 지도하기, 다문화 인식 교육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결론을 맺었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서울문화예술대학교 동문이고, 여러분 모두 훌륭한 한국어교원이 되길 바란다또 일갈했다. 수강했던 후배들이 실제적인 사례 중심의 강의여서 매우 유익했다고 박수를 보내주었다. 감사하다. 큰 보람이었다. 이어지는 질문에도 친절히 답해주고 기념사진 촬영도 했다.

 


기분 좋고 아름다운 시간은 빨리 간다.


그래서였을까? 귀가하는 차편은 더 좋았다. 천안 방향 특급전철을 타서 빨리 수원에 도착했다. 버스정류장에 가니, 집으로 가는 시내버스가 들어오고 있어 바로 탔다.


허허허. 버스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마구마구 뿜어내며 여지없이 더위를 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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