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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들 Nov 22. 2023

널 처음 만났을 때, 난 그만 얼어 버렸다

너의 첫인상이 너무 좋았지

널 처음 만났을 때, 난 그만 얼어 버렸다               




이제는 조용하기만 한 시간, 숨 막히는 심야의 정적이 드리워진 밤이다. 자꾸자꾸 널 생각한다. 거북이 종합상가에서 헤어지던 시간을 떠올리니, 몹시 미안한 마음이 든다. 널 사랑하고, 이해하고, 위해주어야 할 텐데, 때때로 그러지 못하는 나 자신이 미워진다. 진정 너에게 사과하고 싶다. 


         

承弟야!
항상 변함없는 맘으로 너를 사랑해 왔고, 지금도 끔찍이 사랑하고 있다.
세상을 험하게 살면서 많은 고통과 고민으로 아파해야 했던 浩兄이는 너 承弟가 있어 늘 평안함을 갖는다. 어쩌면 현진건의 ‘빈처(貧妻)’에서 처럼 한없이 포용하고 싶은 천사가 나에겐 承弟란다. 

     

널 처음 만났을 때, 난 그만 얼어 버렸다너의 첫인상이 너무 좋았지. 그런데 말이야. 이따금 너는 나에게 ‘나의 계획, 필요에 의한 사랑을 할 뿐, 진정한 사랑은 아니다’라고 말했지. 그러나 承弟야! 나는 너를 시종일관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 지금도 변함이 없지. 하루하루 세상과 벗하며 오직 너를 사랑하는 맘으로 열심히 살고 싶다. 이게 진솔한 나의 삶의 척도이자 보람이다. 내 인생의 모든 것이, 너로 인해 시작되어 종극(終極)까지 갔으면 해. 오늘을 살아가는 나의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삶의 이유란다. 

    

          

承弟야!

열심히 살아야겠다. 오직 주님의 영광을 위해 너와 함께 열심히 살고 싶다. 겸손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 참되고 순결한 주님의 세계 속에서 주님의 사업을 충실히 하면서 살자. 너랑 나랑, 우리 주님을 위해 빛과 소금이 되자. 빚도 갚고, 동생들과 부모님에게 복음을 전해야 하고, 그러고 보니 할 일이 많아. 모든 일에 부단한 인내를 발휘하여 참고 견뎌내자.    

 

덜덜덜 자전거를 타고 산길, 돌길을 달려왔더니, 엉덩이가 시큰하다. 하지만 참는 거다. 우리들의 행복한 미래가 우리 곁에 다가오는 그날까지. 


늘 건강해라. 잘 자렴.           



1981.04.12.(일) 밤 10:10 浩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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