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 세상의 소망은 여태껏 대학교 가는 것이었으니까
예비고사 종합반 학생이 될 거야
예비고사 종합반 학생이 될 거야
비가 오는 주일, 학원에 갔다. 6시가 되어가고 있어.
낮잠을 청하려 했지만 답장 안 해준다고 어떤 할아버지가 짜증 부리는 게 싫어서 쓰기도 싫은 편지를 쓰는 거야. (농담)
무사히 산촌에 갔는지?
슬퍼하며 쓸쓸해하면서 그곳을 가야 했는지?
갖은 상상도 해보지만, 하나님을 섬기는 浩兄이는 담대할 거야.
承弟는 浩兄이를 사랑하라고 분명히 하나님이 이 세상에 보냈을 거야.
그렇담 浩兄이가 원하고 사랑해 줄 행동들을 해야겠지. 아름답고 헌신하는 마음을 가져야겠지. 이 모두가 한결같이 내가 추구하는 것들이야. 이것보다 가장 먼저 열심히 공부한다는 건 가장 중요한 일이지. 내 이 세상의 소망은 여태껏 대학교 가는 것이었으니까, 그것을 이룬다면 나는 미치게 하나님을 사랑할 거야. 그리고 세상의 하찮은 것들까지 나는 사랑으로 대할 거야. 이 소망은 인간들의 사랑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보다 더 큰 것일 거야.
유순하지만 의지가 약한 사람은 아니야. 순진하지만 바보는 또한 못돼. 감정은 순수하지만, 헤어나지 못할 만큼 행복한 시간‧환경은 못돼. 浩兄이와 있는 시간에는 그저 감정대로 표출되는 행동 같은 거, 말씨‧표정. 난 상관 안 해. 의식도 안 해. 구태여 잘 봐달라고 페인트칠을 하지도 않아. 돌아서서 나의 생활로 되돌아온 때는 나는 주관이 철저한 사람이야. 너무도 의지가 강한 사람이고, 지독스럽게 매정하기도 해. 이렇게 보면 죄다 좋다는 결론인데, 나는 겸손해지고 싶으니 알아서 받아들이도록….
밤마다 기다리면서 딸을 보호하는 엄마가 계셔. 어제도 마찬가지. 난 속으로는 슬프기도 했어. 속도 모르고 浩兄이는 나를 사랑했으니까. 눈을 피해 빨래하는 모습이 난 초조해 있었어. 왠지. 浩兄이도 빨래하느라 수고했지. 수고 끼쳐서 미안하지만, 그 결과는 浩兄이의 ‘육백만 불의 사나이’ 다운 힘이었지 않나? 많이 만족해하면서 나를 사랑해 주길 바라. 네게서 나는 자유가 없고 자존심도 사라졌구나. 하지만 浩兄이는 존경의 대상으로 여자를 대해야 한다. 그것이 아름다운 마음씨이니까.
부조리와 부정투성이의 교육계가 아닌가 한다. 신성하리만큼 생각되고 있지만, 그곳의 현실은 모순투성이. 그래서 말썽도 많은 곳! 그 길을 가는 남자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갖지 못해. 실질적으로 따진다면. 특히 어린이를 교육하는 사람은 더욱 그럴 것 같은데, 그것은 대인 관계가 없어서일 것 같아. 사상의 발전이 없는 어린이와는 너무 대조적인 교육자들 간에는 화합이 되기 힘들 것 같아. 하지만 浩兄이는 하나님을 열심히 순종하면서 살면 돼. 그 세계에 자기를 안주시키면, 다른 것은 나는 보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혹시 내가 그 길을 가야 될지도 모르는데, 그런 생각을 한다면 나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지만 나는 그 길이 지옥처럼 험하다 할지라도 나의 최고의 삶의 보금자리로 만들고 그렇게 여기게 될 거야.
아무튼 다 좋다. 浩兄이 할아버지 화내지 마, 응?
그런데 나는 귀엽게 생긴 막내딸이라고 사람들이 그러는데, 우리 浩兄이는 늙어서 나중에 내가 바람피우면 어쩌지? 후훗! 너는 웃지 마. 7월 1일 광주에 와서 엄마 만나고 볼일 봐. 난 안 갈 테니 염려 말고. 7월 2일부터 한림학원(지금은 없음) 예비고사 종합반 학생이 될 거야. 책은 오늘 샀는데, 14,000원 들었어. 서울 오빠가 준 용돈이야. 마치 새벽기도에 나가 울면서 기도했는데, 그 기도가 이루어진 것처럼 이렇게 아무 탈 없이 돈을 마련했어. 내 몸이 아니다 하고 공부해야 남에게 뒤지지 않지. 몸 생각하면서 공부한다면, 나는 따라갈 수 없을 거야.
그럼 잘 지내고 편지는 댁의 사정?
浩兄이의 친구‧承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