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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들 May 20. 2024

나는 날마다 아름답게 피어나고 싶어

나의 전체를 너에게 온전히 드리기 위해

엘리제를 위하여’ 피아노 소곡이 흘러나오고 있구나. 언제 들어도 애절하게 호소하고 있는 멜로디인 것 같아. 마음이 달빛에 호젓해 오고 있단다.


         

달이 밝다. 浩兄아!      


이럴 때 우리 둘이 꼭 손잡고 걷고 싶은 마음이 드는구나. 어때 우리 둘 그림자 말이야. 3월도 역시, 내게는 붉은 꽃이 만개하며 가지를 으스러지게 하는구나. 걱정되었니? 어젯밤은 몸이 노곤하여 일어나지 못했지 뭐니? 주인집에서 밥 얻어 성주 도시락 싸고 먹여 보냈단다. 쉽게 주고 친절하게 밥도 주지 말라하더군. 너무 고맙고 기뻐서 계란 프라이(fry)를 해주었어.  


         

浩兄아! 

     

3월 19일 학비 보조금(학자금) 나오니까 책사고 네 구두 하나 맞춰줄게. 약속할게. 그리고 이번 주 토요일 성가 연습 빨리 끝내고 큰언니 집에 가자. 약속했어, 간다고. ‘저녁밥 준비해 놓겠다’라고 했으니까 그리 알고 광주에 오길 바란다.


           

浩兄아!

     

학교 생활 잘하고 있어. 대의원 활동도 잘하고. 캔디(candy, 일종의 친구 모임) 중 한 애와 은행 돈 찾으면서 시내에 나가서 이런저런 얘기했는데, “나더러 바쁘면서도 할 일 다 한다”라며, “언니가 부럽다”라고 하지 뭐야. ‘정말 내가 그럴까?’ 浩兄아! 난 게으르고 나태하기 짝이 없는데 말이야, 그렇지? 너도 그렇게 알고 있을 테고.

    

오늘은 오전 내내 빨래했단다. 이러다가 팔 병신 안 되려나? 늙어서 지장이 많을 것 같아. 일요일 보낼 때는 그저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나면 보고 싶어 죽겠다. ‘왜 이렇게 떨어져 살까?’ 공연한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이야. 나의 사랑하는 부모 형제들이 죽어 땅으로 간다는 사실. 두렵구나! 가엾구나! 기도하고. 권면해야겠지.


         

“성령충만을 입으라" 浩兄아!


그리스도께서 네 안에 살아계시도록 너 자신을 죽이고 너의 왕좌에 주님을 모시기를 빈다.  

    

봄이 왔구나. 내 방의 의상(衣裳)이 전부 변했으니 말이야. 따뜻한 봄, 주님도 우리 가정과 너와 나에게 사랑을 많이 주시어 소망을 가지고 살게 하고 있구나.  


         

浩兄아!      


기도할 때는 구체적으로 해야 주님이 들어주신단다. 경제적 축복을 위해 기도할 때도. 목표 의식을 가지고 기도해야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막연하게 구하기만 하면 늦어. 시간과 정력을 소비하며 기도해야 한다. 그리하며 너의 염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어야 한다. 주님은 浩兄이를 위한 놀라운 계획을 세우셨을 거야. 실망하지 말고 대망(大望)을 가지고, 비전(vision)을 가져야 한다.

     

사랑한다. 나의 전체를 浩兄이에게 온전히 드리기 위해, 나는 날마다 아름답게 피어나고 싶어. 토요일에 보면 또 갈 테야? 어휴 이젠 할 수 없이 반복해야겠구나. 주말 date! 사랑은 오래 참고 모든 것을 감싸주고 위로해 주는 거구나. 사랑은 힘과 용기가 있다.


         

나의 사랑하는 浩兄아!     


건강해야 한다. 그래야 부자가 되는 길이고 오래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 토요일에 보자. 주님 돌봐주소서. Good bye. Good night.  


   

1980.03.17. pm 9:40  承弟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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