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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들 Jul 01. 2024

나는 네가 너무너무 좋다

머지않아 남편이 될 거고

호형아, 잘 갔니?

     

방학 동안 피곤은 했지만 자전거는 안 탔는데, 오랜만에 타서 힘들었겠다. 그나마 쉬는 동안 나와 실랑이를 많이 부려서 너의 육신과 마음이 지쳐있겠구나. 


오늘은 11시까지 잤기에 몸이 홀가분하다. 네가 방을 깨끗이 하라고 했으니, 또 방 치우고 편지함을 정리하면서 학교로 온 몇 통을 읽어보았단다. 하나같이 '나를 사랑한다'는 문구들이어서 마음이 뜨거워지더구나. 처음엔 나도 꽤 널 사랑한다고 의스댔지만, 지금은 너보다 못한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너는 나에게 유치 갈 준비 못 한다고 짜증 부리고, 나는 돈 생각  때문에 만족 못 시키며, 그런 소릴 들으면 짜증만 내야 하는 순간이 계속 연결되고, 나는 점점 권태로운 생활로 일관되고 특별한 즐거움은 찾아볼 수 없고. 



학교생활은 반신불수(半身不遂)! 


친구들과의 동행도 차츰 멀어져 가야 하는 생활이 짜증스러웠는지, 종합된 원인들 때문인지, 사랑의 권태기(倦怠期)인지(?) 정열이 식어 버렸어. 타성에 젖었는지, 쉬 생활에 권태를 느끼는 성격 인지, 분간하기 힘들구나. 


너의 짜증 섞인 말 한마디라도 허락하기가 싫고, 화낸 얼굴도 용납하기 힘든 내 성격이 어느새 ‘나인 양 형성돼 있구나. 임시방편, 이렇게 생활을 꾸몄다는 지배적인 생각. 처음 시작했던 마음은 사라지고만 것이다.       


그동안 네 마음은 얼마나 상했을까? 

남자를 피곤하게 만드는 0점 여자!, 가슴만 썰렁하게 만드는 0점 이야기, 원상 복귀(原狀 復歸). 0이란 숫자가 좋은가? 귀신에 씌었는지…. 


얼굴의 살은 방학 때 더 말라지고 건강도 마찬가지인 것은 다 나 때문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어제 주일날 기도 중에 이 사실을 알았단다. 너의 괴로워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단다. 잔인하게 나를 생각할 수 있었던 것까지 다. 성령 충만이 안되고 기도 제목을 헤매고 있었던 요사이를 나는 죄를 짓고 있는 대가였다고 느껴본다. 앞으로 계속 이런 상태가 연장되면 난 너의 사랑을 차지하기가 힘들겠지. 이미 조금씩 없어지기 시작했을까? 너의 마음속에서는.          



浩兄아!     


너는 나의 兄이 아니야. 너는 또 머지않아 남편이 될 거고. 그러니까 이해하고 용서하고 너의 마음속에 답답하게 갖고 병나지 말고 나에게 말하고, 화 풀어 버리고 나를 잘 다스려야 하지 않겠니?     


내가 잠시 네 마음을 아프게 한다고 해서 ‘나의 마음을 알아줄 사람은 없다'라고 하면 되겠니? 그래 좋아. 우리 이렇게 서로 살 바에야 없어지는 게 낫지 않겠니? 가난한 운명이라고 해서 악처(惡妻)를 데리고 살 순 없다.      

나는 참 이상하다. 내 마음도 실감 못하고, 세상도 모르겠고. 하루하루 목숨을 연명하는 버러지 인생인지도 몰라.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식물인간인지도 모르지.      


     

浩兄아! 


답답하다. 너를 극진히, 열렬히 사랑하게 해 주라. '나는 네가 너무너무 좋다'라는 사실을 안다. 그래서 안심하는지도 모르지. 너는 그러나 가정환경 때문에 저런 가시네를 봐주자 하겠지. 가난을 원망하겠지. 나는 그걸 이용한다고 너는 믿겠지.  

    

이상하다. 왜 생각이 서로 다르지. 일치하지 않지? 신경질 난다. 화가 난다.   


       

浩兄아!   

  

너에게 잘못했다고 사정만 하려 했는데, 넋두리를 읊고 있구나. 왜 이 모양인지? 浩야, 네가 나더러 ‘꺼져 없어져라, 헤어져 버리자’라고 해주라. 그러면 나는 가슴이 뜨거워지고 너에게 매달리고 말 거니까 말이야. 그리고 내가 말 안 들으면 폭행을 가해서라도 순종하게 만들어라. 웬만큼 악랄해서는 안 듣는 타입이니까. 


         

浩兄아!     


얄미워죽겠지. 내가 죽이고 싶을지도 모르지. 浩兄아! 내년 일은 네가 시키는 대로 할 테니, 염려하지 마라. 내가 어디로 가겠니? 너를 놔두고. 어림없는 수작이지. 엄마아빠한테 편지 쓰고 싶을 때 써서 보내겠어. 너는 나 자신인데, 나 자신을 괴롭힐 때 고통은 마찬가지 아니겠어. 

     

용서해 주고 기도해 주라. 좋은 사람이 되도록 말이야. 우리 하나님은 들어주시니까.

     

토요일에 만나자. 내년에는 시골에서 생활을 주로 하고 한 달에 한 번 광주에 와서 친척 만나도록 하자. 혼인 신고하면 마음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하더라. 차라리 그러면 좋겠다. 

  

돈도 네가 알아서 해라, 나는 아무 생각도 안 나는데, 염치없이 저금(貯金) 운운한 것 같다. 너만을 사랑하는 것이 큰일인 데, 딴생각하기가 싫구나. 부부(夫婦)라는 생각이 빨리 들었으면 행복하겠다. 그렇지 않니?      


浩야! 보고 싶다. 속만 태우고 보내면서 왜 보고 싶을까? 안녕. 


월요일 2시 40분 너의 애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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