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교육을 계속하고 싶은 이유
이주배경학생들이 3개월 만에 한국어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를 하니까
필자는 2021년 퇴직 후 한국어교원이 되어 중도입국자녀(이하, 이주배경학생)들에게 한국어 교실을 운영하며, 한국어, 한국 역사와 문화, 기초 교과와 언어 교과 관련 학습지도를 해왔다. 이들과의 한국어 수업 여행은 인생 2막을 시작했던 내게 뜨거운 삶의 활력을 안겨주었고 늘 새롭고 신바람 났었다.
이주배경학생을 만날 때마다 항상 장밋빛 소망을 품었다.
부디 이번 과정에서도 학생들과 한국어 교수·학습 상호작용을 활발히 하여 하루빨리 한국어를 익힐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학생들은 한국어를 모르고, 지도교사는 아이들 나라의 언어를 모르기에 효과적으로 한국어를 익히게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만났던 이주배경학생들의 국적은 중국, 인도, 미국, 남아공, 일본, 독일, 카자흐스탄, 몽골, 베트남, 태국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필자가 영어와 중국어를 조금 구사할 수 있어서 중국, 인도, 미국, 남아공 학생들과의 수업은 비교적 교수·학습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았고 무리 없이 수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 독일, 카자흐스탄, 베트남, 몽골, 태국에서 온 학생들과의 한국어 수업은 피차 어려움의 연속이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미리 당일의 학습 내용에다 학생들의 배경 언어를 덧입혔다. 이는 교수·학습 활동 시 사용할 언어, 일상 교실 언어, 인사말 등을 번역기를 돌려 미리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결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수업을 할 순 없었지만, 어쩌면 고군분투(孤軍奮鬪), 악전고투(惡戰苦鬪)의 교수·학습 과정이 누적되면서 학생들은 조금씩 조금씩 한국어를 알아갔다. 이럴 때마다 필자는 ‘학생들의 모국어를 알았다면 훨씬 더 수월하게 효과적인 한국어 학습을 할 수 있었을 텐데’하고 개탄했다.
그래서 필자는 한국어교육을 전공하는 후배들에게 제2, 제3,... 외국어를 공부하라고 강권하고 싶다. 이주배경학생에게 한국어를 잘 가르치는 한국어 교사가 되려면 당연히 가르칠 대상이 외국인이기에 제2, 제3,... 외국어는 필수 불가결한 기제(機制)이기 때문이다. 제2, 제3,... 외국어는 한국어 입문 단계까지는 물론 한국에서의 일상생활 한국어, 교과적응 학습 한국어로 확장해 나가는 데에도 아주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아이들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주배경학생들에게 3개월, 120시간 한국어 수업 여행을 하면 제법 일상 한국어를 구사하며 기본 의사소통을 한다. 바로 이 순간 필자는 한국어 교사로서 단연 최고의 보람과 희열을 느낀다. 한국어에 까막눈인 이주배경학생들이 3개월 만에 한국어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를 하게 되니, 이는 분명코 기적이다.
이제 이주배경학생들이 성공적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나아가 한국에서의 행복한 삶을 위한 한 걸음, 한 걸음을 힘차게 내딛기를 바란다. 이는 나의 건강과 여력(餘力)이 닿을 때까지 이주배경학생들에게 한국어교육을 계속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