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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들 Nov 30. 2024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육외교관

오늘도 묵묵히 한국어를 가르친다

딴 별에서 온 아이들이 한국말을 한다.      


비록 한국어 읽는 속도가 느리고 발화는 더디지만 제법이다.
한국어를 학습한 지 두어 달 지났는데,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           



그동안의 하루하루는 교사인 내게도, 배우는 아이들에게도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다. 1학년·3학년·4학년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니 더욱 어렵다. 한국어를 모르는 딴 별 아이들이기에 무학년제로 가르쳐도 되지만, 엄연히 아이들의 발달 단계가 달라 수업집중도나 학습력의 차이가 너무 컸다. 금방 싫증을 느끼는 1학년에게 3, 4학년 언니들과의 학습은 아무래도 무리일 수밖에 없었다. 매시간 이러한 아이들의 수업 상황은 교사인 나의 인내력을 시험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수업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학생 참여형 수업을 많이 해 본다. 하지만 이 또한 얼마 지나니 도로 아미타불이 되어 버리곤 한다.     


새로운 한국어 낱말이나 문장을 배울 때에는 한껏 매료되어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배움의 기쁨을 느끼기도 하지만, 반복해서 읽기·쓰기를 해야 하는 시간은 아이들에겐 지겨울 수밖에 없나 보다. 하지만 연필을 꼭 쥐고 손가락이 아프도록 글자를 쓰는 지루함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한국어 실력은 늘어간다. 나는 쉬지 않고 “잘한다. 잘한다.” 칭찬하며 간식도 준다. 숱하게 보상·강화를 해 준다. 문득 이렇게까지 해가면서까지 딴 별에서 온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야 하는지? 순간순간 혼돈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기도 한다.          



문득 아이들이 커서 먼 훗날 어른이 되었을 때를 그려본다.      


그때 어른이 된 딴 별 아이들은 한국어를 가르쳐준 할아버지 선생님에게 고마워하지 않을까? 수업 시간에 딴전 피우고, 수업에 집중하지도 않으며 불량 수업 태도로 일관했지만, 한국어 선생님께서는 인내하며 간식도 주고 열심히, 친절히 한국어를 가르쳐 주었다고 생각해 줄 날이 있지 않을까?      


어쩜 나는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육외교관’  수도 있다. 그래서 오늘도 대한민국의 한국어 교육 전도자임을 확신하며 묵묵히 한국어를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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