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도 좋지만 균형을 취해야죠
브런치 이야기 (1)
2022년 9월 30일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축하 메일을 받았다. 기분 좋은 날이었다.
브런치가 뭐지? 브런치 작가? 앞으로 무슨 글을 쓸까? 내 글 읽어줄 독자들이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브런치 작가 서재를 탐방했다.
수많은 작가들이 있었다.
정말이지. 엄청나게 다양한, 깊은, 주옥같은 글들이 있었다.
"나를 읽고 가세요. 그냥 지나치지 마세요."라는 글들의 아우성 현장이었다.
구독자가 있었다.
라이킷(♥, like it)이 있었다.
댓글도 달려 있었다.
'음, 나도 낄 수 있을까? 일단 글을 잘 써야겠군. 아무 글이나 막 쓸 게 아니라 소주제를 정해야겠네.'
혼자 중얼거리며 브런치 관련 유튜브 동영상을 봤다.
『교육 이야기, 진솔한 삶의 이야기, 신앙 이야기를 쓰면서 글 속에 소소한 희망과 행복을 담아보고 싶습니다』라는 작가 소개를 하고 드디어 글쓰기에 돌입했다. 마음이 바빠졌다. 매일매일 정해진 생활 스케줄이 있는데, 다 제치고 글쓰기를 했다. 밤늦도록 글쓰기 하느라 눈 휑, 체중 감소, 얼굴 핼쑥해졌다.
얼마 지났을까? 아내의 엄한 반응이 왔다.
"브런치 그만하고 일 좀 도와주세요."
"알았어. 그만할 거야. 뭘 해야 돼? “
나는 순한 양이 되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몽글몽글한 단어의 파편들이 떠다녔다.
아내 모르게 자판 두드리다 들키고, 타박을 받고 그랬다.
"브런치도 좋지만 균형을 취해야죠. 한 번 빠지면 도대체 정상적인 생활을 못해요."
전적으로 아내의 지적이 옳았다.
그랬다.
벌써 두 달째, 이젠 좀 느긋해지기로 했다.
지금도 자판을 두드리고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