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초 작업 전투복

섬초 이야기 (9)

by 초들


섬초 작업 전투복은 없다.

그냥 내가 이름 지었다.


섬초 작업을 위한 최적의 복장으로 털모자(더워서 귀를 세웠다), 마스크, 방한복, 팔토시, 작업용 장갑, 전천후 비옷바지, 무릎보호대, 고무신발덮개(눈비올 때에도 작업할 수 있어 아주 유용하다), 그리고 섬초 채취용 낫 등이다. ㅎㅎㅎ

시금치밭에서 연말연시를 보내다

참 웃프다.

섬초 수확하며 2022년과 고별하며 2023년을 영접하고 있으니 말이다.


연말연시를 가족들과 함께 보내지 못해 몹시 아쉽다. 특히 아내와 함께 지내지 못해 미안하다. 더군다나 오늘은 교회에서 ‘Adieu 2022 송년의 밤’ 행사를 하는 데, 많은 성도들과 함께하지 못하다니, 아쉬움 더더욱 크다.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고 해도 아닌 건 아닌 겨, 이건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막내 동생, 어머니 일 도와드리니 어쩌면 뿌듯하기도 하다. 그리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하다.

교회 송년회 행사 무대를 점령한 아내

내일은 계묘년 첫날, 나는 시금치밭에 있을 것이다.

내 고향이 섬초 고장이다 보니, 섬 주민들 모두 논밭에 있다. 그들에게 연말연시는 섬초를 수확하는 일의 시작, 끝이다. 이리 사는 게 정도(正道)는 아니지만, 적어도 내 고향에선 새해 섬초 첫 출하를 위해 바쁜 시간 보내고 있다. 나도 그 대열에 끼어 서투른 흉내짓 한다.



섬초로 일렁이는 밭에서 사람들의 행복 미소를 본다.


연말 대량 출하로 섬초 가격은 폭락했지만, 섬 주민들에게 섬초는 희망 덩어리, 그래서 날짜도, 시간도 지나는 줄 모르고 섬초 논밭에서 꿈을 일구고 있다. 일확천금은 아니지만 많은 돈 벌려고 오늘도 섬초를 매고 있다.


내가 흐르는 땀방울이 막내 동생에게 돈방울(?) 되길 기대해 본다.

석양에 떨어지는 2022년 마지막 해를 보며 그렇게 작은 소망 품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