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53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엄동설한

출근의 의미를 묻다

by 글사랑이 조동표 Jan 14. 2025
아래로

   겨울 아침, 창밖에는 소리 없이 새하얀 눈이 소복이 쌓여 있다. 차가운 바람이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뜨면, 침대 밖으로 나가는 일이 고역처럼 느껴진다. 이불속의 온기가 너무 달콤하고, 그 속에서 하루 종일 머물고 싶은 유혹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그러나 머릿속에는 출근해서 해야 할 일들이 떠오르며, 현실로 나를 끌어당긴다.


   “왜 꼭 이런 날에도 출근을 해야 할까?” 이 질문은 매년 겨울마다 마음속에서 반복된다. 소한과 대한 사이, 강추위를 뚫고 나가야 하는 출근길은 춥고 고단하다. 얼어붙은 도로 위를 조심스럽게 걷거나, 찬 공기를 뚫고 버스를 기다리는 순간들은 종종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든다. “이 모든 고생을 감수하면서도 출근해야 할 만큼, 일은 정말 중요한 걸까?”


   출근하지 않고 집에 머물러 있으면 또 다른 갈등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휴식이라는 이름으로 침대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지만, 곧 이어지는 것은 무기력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는 자유로워 보이지만, 정작 그 자유 속에서 점점 나태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방 한구석에 쌓여가는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 채워지지 않은 하루의 공허함,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자책의 목소리.


   이렇듯 출근과 집안의 안락함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며, 문득 깨닫는다. 출근은 단순히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나가는 것이 아니라, 삶에 리듬과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겨울의 혹독한 날씨를 뚫고 세상으로 나가는 일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작은 실천이기도 하다. 아무리 힘들어도 매일 아침 몸을 움직이는 것은 단순히 ‘출근’이라는 행위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물론, 집에 머물며 자신을 돌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쉼은 때로, 하루를 정리하고 또다시 나아가기 위한 준비가 될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 너무 오랜 시간 집에 머물다 보면 쉼은 게으름으로 변질되고, 지금까지 쌓아온 삶의 균형도 무너진다.


   엄동설한에 출근하는 이유는 단순히 업무에 대한 책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나태에 휩싸이지 않도록, 삶의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를 밀어내는 과정일 것이다. 그리고 그 고된 과정이 지나면, 따뜻한 봄날이 찾아오듯, 삶에도 새로운 활기가 찾아오리라 믿는다.


   겨울의 추위 속에서도 한 걸음씩 나아간다. 출근길의 차가운 공기를 맞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그 하루가 삶의 또 다른 계절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언젠가, 이 모든 갈등과 추위가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 순간들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브런치 글 이미지 2
브런치 글 이미지 3


*이미지: 네이버 참조

작가의 이전글 운명에 의지하는 마음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