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피어날 때를 아는 것이 삶의 지혜

때가 오면 꽃은 핀다

by 글사랑이 조동표

꽃은 스스로 그때를 안다.

차가운 바람이 멈추고 햇살이 부드러워질 즈음, 조용히 피어난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누구와 상의하지 않아도,

꽃은 제 자리에서 제 때를 알고 피어난다.


그런데 사람은 참 어렵다.

어느 때가 피어날 시기인지, 어느 때가 참고 견뎌야 할 계절인지

알면서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모르면서도 애써 붙잡는다.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자꾸만 무너지는 일상 앞에서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열심히 살아보려 해도,

꽃은커녕 뿌리조차 깊이 내리지 못한 채 허공을 붙잡는 느낌이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지금은 그저, 시기가 좋지 않을 뿐이다.’

운이라는 것도 계절처럼 돌고 도는 것이라면

이 겨울 같은 시기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다.


그러니 너무 낙심하지 말자.

지금은 그냥 ‘음덕과 공을 쌓는 시기’라 여기자.

보이지 않는 곳에 조용히 마음을 심고,

말없이 버티는 시간도 결국 빛을 부른다.


어떤 바람은

절벽 끝에 핀 꽃을 꺾고 싶게 만든다.

그러나 가시덩굴이 너무 깊고,

그 길은 생각보다 험하다.

온 힘을 쏟아 피어난 꽃 하나 쥐고 돌아왔는데,

그 꽃은 이내 시들고

남은 건 상처뿐인 손바닥이었다.

그때야 알았다.

지금은 꺾을 때가 아니었다는 것을.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관점, 각자의 사정이 다르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없다면

아름다운 조화는 있을 수 없다.

너무 앞서 나가지 말고,

한 걸음 물러나 서로의 빈 곳을 채워줄 수 있다면

그 인연은 오랫동안 따뜻할 것이다.


건강도 그러하다.

바쁘다고, 괜찮다고, 대충 넘기지 말자.

몸은 늘 우리보다 먼저 신호를 보내고 있다.

무리한 욕심은 마음뿐 아니라

몸에도 깊은 흔적을 남긴다.

폭음은 줄이고, 음식은 골라먹고,

밤길과 운전에는 더 조심하자.

작은 방심이 큰 후회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내 손에 잡히지 않아도 괜찮다.

잠시 멈추어도 좋다.

지금은 단지, 씨앗이 땅속에 머무는 시기일 뿐이다.

그 어둠 속에서, 나는 자라고 있다.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언젠가 피어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행복은

박하꽃처럼 청량한 마음,

오렌지빛 작은 선물,

그리고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다.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그 따뜻한 색을 건네보자.

별일 없이 웃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행복이다.


어느덧 계절은 돌아오고 있다.

그저, 때를 기다리자.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