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남자의 소심한 일상
세수하며 양치를 마친 뒤, 물기를 털기 전에 늘 한 번 멈춘다. 세면대 밖으로 튀는 물방울이 없도록 손끝에 힘을 준다. 욕실 바닥에 튄 물자국은 지나치기 쉽지만, 그 작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으려는 마음만은 결코 작지 않다.
밥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튀지 않도록, 흘리지 않도록, 신중하게 움직인다. 반찬 하나를 집을 때도, 밥알 하나를 입에 넣을 때도 조심스럽게 대한다.
어떤 날은 이런 자신이 조금 유난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유난을 통해 나를 다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루를 살아가며 스스로에게 건네는 메시지는 늘 소소하다.
수건은 반듯하게 접자.
물건은 떨어뜨리거나 흘리지 말자.
약 복용 시간은 정확히 지키자.
친구와 정한 약속을 잊지 말자.
숫자는 제대로 세자.
주차한 위치는 머릿속에 또박또박 기억하자.
까먹을 것 같으면 메모하자.
떨어진 쓰레기는 얼른 줍자.
삐뚤어진 것은 각을 잡아 교정하자...
이런 사소한 신경들이 삶을 큰소리 없이 지탱해 준다.
굳이 드러내지도,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런 자잘한 주의들이 쌓여 오늘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
사람은 큰 결심보다 작은 습관에 의해 완성된다고 믿는다.
세심한 행동은 결국 나에 대한 존중이고, 타인에 대한 배려다.
바닥에 물방울 하나 튀지 않게 조심하는 마음과, 누군가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말끝을 다듬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
살다 보면, 삶은 거창한 철학이 아니라 일상의 디테일에 머문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그 순간을 붙잡아 마음을 쏟는 일.
나는 그것을 ‘살뜰함’이라 부르고 싶다.
오늘도 물방울 하나 튀기지 않고, 밥알 하나 흘리지 않도록 노력한다.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주으며 하루를 정돈해 본다.
그렇게 쌓인 작은 세심함들이 나의 하루를, 나의 삶을 조용히 아름답게 만들고 있지 않을까.
아니면 너무나 소심한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