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보며
시스티나 성당, 인간이 신을 바라보던 마지막 높이
-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보며
로마 바티칸 시티, 시스티나 성당의 문을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바뀐다.
관광객들의 소음조차 어느 순간 멎고, 사람들은 한결같이 고개를 들어 올린다.
그 위에, 미켈란젤로가 남긴 <천지창조>가 있다.
그곳에서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경외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예술의 극점, 신에게 닿으려 한 인간의 의지, 그리고 자신을 넘어서는 ‘고통의 미학’에 대한 이야기다.
- 신의 손끝, 인간의 탄생
가장 유명한 장면, ‘아담의 창조’.
신의 오른손이 아담의 손끝을 향해 뻗어 있다.
둘 사이에는 단 한 뼘의 틈이 남아 있다.
그 작은 간극 속에는 인간의 본질이 숨어 있다.
신은 완전하지만, 인간은 늘 닿지 못한다.
그러나 바로 그 ‘닿지 않음’이 인간을 움직이게 한다.
예술도, 철학도, 사랑도, 모두 그 간극을 메우려는 시도였을 것이다.
그 천장을 올려다보며,
‘인간의 위대함은 완전함이 아니라 결핍에서 나온다’는 것을 느꼈다.
- 고통의 예술가, 미켈란젤로
미켈란젤로는 이 천장을 혼자 그렸다.
1508년에서 1512년까지, 무려 4년의 세월을 천장 밑에서 거꾸로 매달려 지냈다.
목과 허리는 병들었고, 눈에는 석회가루가 들어갔으며, 손가락은 굳어갔다.
그는 한탄했다.
“나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다. 하지만 그만둘 수도 없다.”
그 고통 속에서 그는 인간을 그렸다.
신이 만든 세상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창조를 멈추지 않는 인간의 세상을.
그래서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은 신의 이야기이자, 동시에 인간의 초상이다.
- 천장을 바라보는 일
그 천장을 오래 바라보다 보면 묘한 감정이 든다.
누군가는 신의 위대함을 느낀다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인간의 고독과 집념을 느꼈다.
완전한 조명도, 명확한 해설도 필요 없다.
그저 목이 아플 정도로 고개를 들어 바라보다 보면,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듯한 착각이 든다.
500년 전, 미켈란젤로가 홀로 천장을 바라보던 그 시선과 잠시 겹친다.
- 예술은 신에게 닿으려는 인간의 기도
시스티나 성당은 더 이상 단순한 예배의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인간의 ‘창조 의지’가 신에게 바친 가장 순수한 기도다.
그림은 정지되어 있지만, 그 안의 인간은 여전히 살아 있다.
움직이려는 손끝, 떨리는 근육, 숨 쉬는 영혼.
미켈란젤로는 우리에게 말한다.
“신이 인간을 만들었다면, 인간은 예술로 신을 증명했다”라고.
- 그리고, 오늘의 나
그 천장을 올려다보며 생각한다.
우리 각자의 삶에도 ‘천지창조’는 있다.
우리는 매일 불완전한 세계 속에서, 무언가를 만들고, 고치고, 다듬으며 살아간다.
어쩌면 인생이란,
‘신의 손끝에 닿으려는’ 그 한 뼘의 거리 속에서 끝없이 몸을 들어 올리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신은 인간을 만들었다. 그러나 인간은 예술로 신을 증명했다.” 그 문장을 떠올리며, 다시 세상을 올려다본다.
그 위에, 여전히 미켈란젤로의 하늘이 펼쳐져 있다.
*이미지: 구글 참조
*작가는 시스티나 성당을 직접 두 번이나 가봤고, 일본 도쿠시마에 있는 오츠카국제미술관의 시스티나 홀에도 열 번은 방문하였습니다. 그때마다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이 글은 그때의 느낌을 표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