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이야기
- 파칭코 홀에 떨어진 별빛 하나
새벽녘, 꿈을 꾸었다.
나는 일본의 오래된 파칭코 홀에 서 있었다.
금속 구슬이 흘러내릴 때마다 반짝이며 튀어 오르는 작은 빛의 조각들.
그것들은 마치 어딘가에서 길 잃은 별빛이 이곳으로 모여드는 것처럼 보였다.
그 속에 익숙한 후배가 있었다.
그는 이미 ‘5천 엔의 물결’을 타고 있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삶을 굴려보던 사람처럼 노련한 표정.
“형님, 전 이제 그만하고 회사로 돌아가야 됩니다.”
담담하지만, 그 뒤에 남은 흐름을 아는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에게 물었더니 숫자 5와 8이 맞아서 5만 원 정도 땄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5천 엔을 꾸었다. 호주머니에 돈을 찔러놓고 그 기계 앞에 섰다.
나는 그 거대한 기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일반적인 기계보다 훨씬 크고 복잡한 기계였다.
그 자리에 남은 여운 같은 것, 아직 꺼지지 않은 온기 같은 것이 마치 나를 초대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기에 아직, 누군가에게 갈 운이 남아 있구나.’
그렇게 생각했고, 그 생각은 이상하게도 아주 자연스러웠다.
망설임 없이 바로 그 자리에 앉았다.
천 엔 지폐를 넣었다.
조금은 조심스럽고, 조금은 담대했다.
그리고 5백 엔만큼 첫 바퀴가 돌자마자, 그 자리에서 별빛이 터졌다.
너무도 순식간에 쏟아지는 구슬의 폭포. 구슬들이 밀려 내려오더니 몇 개인가가 가운데 구멍으로 들어가서 당첨이 되었다.
기계는 번쩍번쩍 환호했고,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둘 모였다.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후배의 행운이 잠시 머문 자리에, 이제는 나의 시간이 도착한 듯했다.
그러자 화면이 바뀌었다.
고전의 문장이 영화의 첫 장면처럼 떠올랐다.
거대한 서사시의 문이 열리고, 앞으로 이어질 장대한 흐름이 예고되기 시작했다.
마치 내 삶 어딘가에서, 이제 막 본편이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그때 산타클로스 복장의 할아버지가 다가왔다. 아마도 종업원인 듯했다.
꿈에서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인데도 어쩐지 오래전부터 나를 알고 지켜본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는 조심스레 기계를 만지며 말했다.
“모르는 일이 생기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콜 버튼을 누르고 나를 부르게. 내가 와서 도울 테니.”
그의 말은 기계음 속에서도 이상하게 또렷했다.
조작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에게 던지는 축복 같았다.
나는 천천히 핸들을 돌렸다.
구슬이 굴러가는 소리,
내 심장이 고요하게 박동하는 소리,
그리고 어쩐지 확신 같은 것이 손끝에서 자라났다.
‘흐름이 오고 있다. 이건 대박이다.’
그러다 눈이 떠졌다.
꿈은 사라졌지만, 그 잔향이 오래 남았다.
아직 터지지 않은 어떤 가능성,
조용히 문을 두드리는 기회의 손길,
그리고 “조급해하지 말고, 너의 속도로 가라.”라는 말 없는 위로.
삶은 종종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장면에서 은밀하게 다음 페이지를 준비해 둔다.
내 꿈은, 파칭코 홀 한가운데에서 나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듯했다.
“너의 차례가 오고 있다.
그러니 핸들을 천천히, 부드럽게 돌려라.
지금의 너라면 충분하다.”
*이미지: 네이버, 구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