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미아 3장 6화

그녀와 그

by 글사랑이 조동표

강남역 미아 3장 6화

- 그녀와 그


습한 저녁 공기 속에서 병원 진료부원장과의 회의가 끝난 뒤였다.

그는 호텔 로비로 향했는데 이미 그녀가 서 있었다.

굳이 기다릴 자리도 아니었고, 굳이 서 있을 필요가 없는 자리였다. 그러나 그녀는 언제나 서서 기다렸다.


그것은 언제나 누가 먼저 도착했는가가 이 도시에서 힘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방식이었다.


중국의약집단유한공사 동사장 비서 류리(劉麗).

공식 직함은 비서였으나 실제로는 통역과 정보수집, 정치적인 조율과 속도를 다루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북경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재원이었다. 영어는 미 동부식 발음, 일어는 놀랍도록 자연스러운 억양, 한국어는 얄미울 정도로 귀여운 어투였다.

중국 고전 미인의 전형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그쪽 병원, 오늘은 반응이 빠르네요.”

그가 물었다.

“당신이 도왔습니까?”

그녀는 어깨를 조금만 움직였다.

중국 여성 특유의 과장 없는 동작이었다.


“도우려면 왜 도왔는지부터 말해야 하는데, 그건 서로 불편해지죠.”

그녀는 웃지 않았고 그 역시 웃지 않았다.

둘의 대화는 농담처럼 들렸으나 질문은 시장을 향했고 답은 권력에 닿아 있었다.


그녀의 몸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를 향한 유혹이 아니라 시장을 향한 감각이었다.


로비 의자에 앉으며 그녀는 커피를 시켰다.

막 중국에 상륙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였다. 설탕도 시럽도 섞지 않았다.

북경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키는 사람은 셋 중 하나였다. 서구 경험자, 금융 종사자, 혹은 속도를 아는 사람.

그녀는 세 가지 모두였다.


오늘 상해에서 올라왔어요.”

그녀가 말했다.

“동사장님이 도쿄 쪽 움직임이 궁금하시대요.”

그는 탁자에 자료를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도쿄는 속도로 움직이지 않아요.”

그 말에 그녀는 처음으로 흰 치아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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