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득호도
강남역 미아 3장 5화
- 난득호도
과연 이 거대한 중국을 누가, 어떻게 세우고 통치했을까.
북경의 저녁노을은 늘 그렇게 질문부터 던졌다.
붉은 먼지가 도시 위로 깔리고, 노을은 마치 오래된 혁명의 잔광처럼 건물 틈에 걸려 있었다.
그는 호텔 창가에 서서, 두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마오쩌둥, 그리고 그 뒤를 이은 덩샤오핑.
마오쩌둥은 23년간의 국공내전을 승리로 이끌어 통일을 완수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덩샤오핑은 공산주의 체제 속에 시장경제를 밀어 넣어 자본주의의 피를 돌게 만든 사람이었다.
그 둘이 이 나라 인민들의 영웅이라는 것은 상식이었다.
특히 덩샤오핑이 지금의 중국 경제를 만든 탁월한 지도자라는 사실을 그도 익히 알고 있었다.
덩샤오핑은 그가 낮술 접대와 의식불명으로 생고생을 했던 바로 그 301 병원에서 9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50cm 남짓한 단구였지만 흑묘백묘론을 펼치며 중국 경제를 몇 단계 끌어올린 인물.
예전부터 ‘키 작은 사람이 장수한다’는 속설도 있었지만, 그가 최고 권력자 자리에 오른 것은 이미 77세였다. 93세까지 중국을 통치하면서, 그만의 양생법으로 건강을 유지했다는 이야기가 북경 곳곳에서 전설처럼 떠돌았다.
그는 생각했다.
‘체구는 작았지만, 13억이 넘는 인구와 55개 소수민족을 어떻게 통치해 낸 걸까.’
이것만은 반드시 공부를 해야 했다.
뭔가 깨달음을 얻어야 했다.
사기(史記), 삼국지, 수호지, 손자병법, 십팔사략, 채근담, 서유기, 금병매...
수없이 읽었던 중국 관련 책들을 다시 떠올렸다.
그러나 책은 언제나 절반만 알려준다.
나머지는 현장에서 자기 피와 살로 채워야 했다.
중국에서 처세 철학을 익힌다는 건, 이곳에서 간부가 되고 공산당원이 되는 기본기와도 같았다.
1. 난득호도, 바보처럼 사는 일이 가장 어렵다
중국 사자성어 가운데 그가 가장 오래 붙잡았던 단어 하나가 있었다.
난득호도(難得糊塗).
난득은 ‘얻기 어렵다’, 호도는 ‘풀을 칠한다’.
즉 한 겹 뒤집어써서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뜻.
해석하면 ‘총명하면서 바보인 체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이 말은 중국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는 가훈 가운데 하나였다.
자기를 낮추고, 남에게 모자란 듯 보이는 것. 그것이 결국 현명한 처세가 된다는, 오래된 격언이었다.
총명한 사람이 자신의 똑똑함을 숨기고 바보처럼 살아가는 일이야말로 가장 힘들다는 것이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