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미아 4장 1화

자리는 권력의 최종 언어다

by 글사랑이 조동표

강남역 미아 4장 1화

- 자리는 권력의 최종 언어다


중국에서 돌아온 지 정확히 보름째 되는 날, 그는 본사 인사팀에서 전화를 받았다.

연락은 짧고 건조했다.

“이번 분기 인사배치를 논의해야 합니다.”

그는 대답했다.

“아, 네.”

그 한 마디 뒤로 이어진 침묵은 중국의 어느 회의실보다 낯설었다.


중국에서는 누군가가 침묵하면 그 뒤에 협상이나 반박이 따라왔다.

침묵은 준비 동작이었다.

하지만 서울 글로벌 사업부의 침묵은 결론이었다.


1. 귀국자의 자리


해외 근무 이후 귀국한 사람을 조직이 다루는 방식은 회사마다 다르다.

어떤 회사는 귀국자를 '승진 후보'로 취급한다.

해외에서 전쟁을 치러온 사람에게 새로운 전선을 열어주는 방식이다.


어떤 회사는 귀국자를 '재배치 대상'으로 취급한다.

자리가 없으니 일단 어딘가에 앉히는 방식이다.


그리고 어떤 회사는 귀국자를 '정리 대상'으로 여긴다.

자르는 대신, 아주 조용하게 한 발 물러나게 한다.

그는 서서히 느끼고 있었다.

그가 속한 조직은 세 번째 방식에 가까웠다.


2. 승진과 성과 사이, 배치의 기술


기업에서 승진은 명확하고 화려한 말이다.

직함이 바뀌고, 보고 라인이 바뀌고, 사무실 위치가 달라지고, 사람들이 축하 메시지와 란(蘭) 화분을 보낸다.


성과도 명확하다.

매출, 성장률, 허가, 시장점유율, 이익.

승진과 성과는 모두 기록된다.

하지만 배치는 기록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배치는 승진보다 더 강력하다.


오너나 CEO가 누군가를 제거할 때 해고보다 먼저 사용하는 방법이 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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