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업부: Compliance 시대의 조직과 인간
강남역 미아 4장 3화
글로벌 사업부: Compliance 시대의 조직과 인간
1. 견마지로의 충성: 권위와 문서의 노동
회장은 본사에서 긴급 지시가 떨어질 때마다 그를 불렀다.
마땅한 적임자를 찾지 못할 때, 조직은 늘 동일한 패턴으로 움직인다.
가장 확실한 사람에게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을 맡긴다.
Annual Report(연례보고서)와 신년 전략계획은 단순한 문서가 아니었다. 데이터를 모으고, 해석하고, 문장으로 정리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언어를 번역하는 과정은 사실상 조직 운영 자체의 축약판이었다.
연말연시가 되면 그는 주말에도 밤을 새웠다.
회장의 월간 업무보고서와 아시아 최고 의결권자 회의 자료 역시 그의 손을 거쳤다.
회장은 구술했고, 그는 번역했다.
구술은 방향이었고, 번역은 노동이었다.
회장은 미안한 듯 가끔 저녁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저녁 식사로는 노동의 속성과 시스템의 결함을 보상할 수 없었다.
3월 주주총회 자료도 결국 그의 펜과 키보드 위에서 완성되었다.
HBR(Harvard Business Review) 식 분석으로 보면 이는 고전적 Bottleneck 구조다. 권위는 분산되지 않고, 실행은 집중된다. 시스템은 부재하고, 충성은 대체재가 된다.
2. iPad 프로젝트: IT의 도입은 문화의 전환
본사 CEO는 학술 마케팅의 디지털화를 위해 전사적으로 iPad 프로젝트를 발족했다.
회장은 그에게 학술책임자 타이틀을 부여하고 직원을 배정했다.
이 결정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었다.
IT 도입은 전달 속도 + 일관성 + 통제 + 해석을 확보하는 수단이었다.
그는 아웃소싱 업체와 함께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도했고, 아시아 각국 지사의 반응은 예상보다 빠르게 긍정적이었다.
기술은 때때로 인간보다 설득이 쉽다.
기술은 갈등하지 않고, 지연하지 않고, 기억하며, 수정된다.
3. 제품정보심의위원회: 규제와 시장의 경계
그는 아시아 각국에 제품정보심의위원회 설치를 유도했다.
판촉물 규정과 IFPMA(International Federation of Pharmaceutical Manufacturer Associations: 세계제약협회연맹) 코드 준수는 단순히 합법·불법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vs 규제의 평형 문제였다.
위원회를 총괄하는 동안 그는 각국이 가진 문화적·산업적 속도를 관찰했다.
Japanese Precision, Chinese Agility, Korean Resolve, Southeast Asian Flexibility.
IT 도구는 이 차이를 매끄럽게 소거하기 위한 장치였다.
4. 전략 캔버스: 시각화는 무기
그는 아시아 각국 순회를 하며 전략 캔버스를 도입했다.
데이터는 말이 많았지만, 캔버스는 말을 줄였다.
각사의 현실과 경쟁력을 분석하는 레드 오션과 블루 오션의 구분은 이론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사장단은 숫자보다 비교를 좋아했다. 비교는 곧 경쟁이고, 경쟁은 곧 방향이었다.
5. IT 부서 구축: 리스크는 기술의 다른 이름
IT 담당부서를 각국에 구축하는 작업은 외주에서 내주로 영역을 이동시키는 과정이었다.
바이러스 침투와 해킹 위험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리스크였다.
반년 간 그는 최고의 엔지니어를 찾아냈고, 이 전문가가 만든 시스템은 본사를 능가했다.
이 사람은 결국 글로벌 무대로 올라섰다.
기술은 인재를 키웠고, 인재는 기술을 재확장했다.
6. 컴플라이언스의 시대: 규제는 갑자기 오지 않는다
기업은 어느 시점에서 규제의 언어를 배운다. 이때 규제는 문장으로 오지 않고 사건으로 온다.
그는 아시아 각국을 통괄하는 준법감시인 역할을 맡았다.
컴플라이언스 교육은 의약품과 음료 부문을 동시에 뒤흔드는 의식개혁 운동으로 확산되었다.
지사장들은 그를 ‘저승사자’라 불렀다.
그러나 죽음을 말하는 자는 늘 생존을 말하는 자와 같다.
2016년 한국의 김영란법과 미투(Me Too) 운동은 시장을 넘어 문화를 바꾸었다.
그는 교육과 계몽을 연결했고, 접대와 관행을 제도와 법으로 대체하는 전환기에 기여했다.
7. 감사와 ERP: 통제의 문법
감사는 시장이 아닌 보고서를 위해 이루어진다.
회계감사와 내부감사팀의 순회는 조직이 얼마나 투명해지려 하는지의 지표였다.
서울의 글로벌 사업부는 본사 100% 투자 법인이었고, 이 구조는 감사 + 예산 + 거버넌스 삼각형을 형성했다.
감사·지적·후속 대응까지 최소 3개월.
이 지연 시간은 기업문화이자 비용이었다.
본사는 ERP(Enterprise ResourcePlanning: 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의 도입을 지시했다.
ERP는 명분상 효율이었으나, 실제로는 통제 + 추적 + 책임소재의 기술이었다.
8. 강남역의 네 번의 이사: 공간은 전략이다
강남역 근처에서 사무실은 네 번이나 이전했다.
부동산 문제는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동선 + 집중도 + 회의의 형태 + 소통 채널의 문제였다.
그는 인테리어를 지휘했고, 1인 웹미팅실과 수면실은 일종의 인간공학적 투자였다.
기업은 공간을 통해 스스로를 정의한다.
9. 출장의 일상: 아시아의 물질성
출장은 부가적 업무가 아니라 업무 자체였다.
일본·중국·대만·홍콩·동남아·터키·호주·이집트.
아시아 지리는 곧 공급망과 규제망이었다.
여비 규정은 제약과 재량의 균형을 시험했고, 사전 승인서와 심의는 조직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절차였다.
출장 후 보고는 기록으로 남았으며, 기록은 학습으로 남았다.
학습은 결국 표준화가 된다.
10. 인력 구성: 약사 + 언어 + 체력
여직원 대부분은 약사 면허를 보유했는데, 외국어 능력은 필수였다.
잦은 출장과 보고는 체력의 문제가 되었다. 사무실 냉장고에 채워진 한방약과 홍삼은 제도 밖의 보완장치였다.
아시아는 한국을 모델로 삼았다.
마케팅·약사업무·컴플라이언스·IT의 4개 축이 정렬되었다.
11. 글로벌 네트워크: 내향성의 비용
국제학회는 단순한 참관이 아니라 견문 + 네트워크 + 정보의 업데이트였다.
내향적인 직원은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글로벌 비즈니스는 각 개인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는다.
2015년 이후 아시아는 미국과 유럽의 글로벌 미팅에도 참여했다.
그는 사장단을 서울로 불러서 경영 마케팅 회의를 주관했다. 가을에는 각국을 순회하며 당해연도 실적 마감과 익년의 예산회의가 이어졌다.
12. PMM과 글로벌 임상: 데이터는 신뢰다
PMM 워크숍과 메디컬 미팅은 정례화되었다.
다국적 임상은 한국 경험을 토대로 확장됐고, 국제적인 논문은 100편을 넘었다.
Sunshine Act·IFPMA Code·일본 투명성 가이드라인 준수는 비용을 규제로 바꾸었으며, 규제는 신뢰를 자산으로 바꾸었다.
13. 절차와 통제: 불만과 설득
PMM들은 그가 만든 해외 연사의 비용 승인 절차에 불만을 표했다.
그는 글로벌 뇌물방지 협약을 근거로 현장을 설득하며 제도를 정착했다.
절차 없는 설득은 권위이고, 설득 없는 절차는 규제다.
기업은 둘 사이를 조정하며 진화한다.
14. 전략 기획: 균형의 기술
그의 역할은 단순한 경영기획이 아니었다.
전략·벤치마킹·임상·교육·관리·통제를 결합한 Hybridity였다.
모든 성공 사례가 정착되면 글로벌 표준화로 확산됐다.
15. 조직과 토론: 지구적 리듬
글로벌 회의에는 미국·유럽·일본 본사가 참여했다.
시차를 고려한 자정 미팅은 노동의 지리학이었다.
직원들의 영어는 자연스럽게 향상되었다.
16. 인력 양성: 문화는 전수된다
그는 신입 직원을 대상으로 본사 연수를 기획했다. 도쿄·오사카·연구소·공장·미술관을 순회하게 했다.
약학대학 연계도 이루어져 학생들을 인솔하여 방문하는 단기연수를 기획했고, 졸업생들은 감사를 전했다.
기업은 결국 사람으로 기록된다.
17. 아시아 통합: 교차점에 선 인간
글로벌 사업부는 아시아를 미국·유럽과 통합하는 작업에 매진했다.
그는 공격수이자 수비수였고, 조율자이자 번역자였다.
18. 결말: 18년의 시간 전략
이 모든 것은 2004년 하반기부터 18년의 일이었다.
그는 새 프로젝트마다 TFT(Task Force Team)로 연결하였다.
그가 모신 회장은 90세까지 현역이었다.
그는 회장의 마리오네트이자 아바타였고, 동시에 시스템의 대체재였다.
2004년 가을, 중국에서 귀국하며 그는 오너의 눈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회장은 그를 품고 여러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다 2016년에 은퇴하였다.
이후, 잠시 미국에 귀국했다가 그리운 강남역으로 다시 돌아왔다.
회장은 2023년 가을에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영면했다.
장례식을 주도하며 그는 숨을 고르며 과거를 회고했다.
회장과 같이 일궈낸 조직은 시간으로 움직였고, 인간은 기억으로 움직였다.
역사는 둘의 교집합에서 기록된다.
*이미지: 구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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