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의 가을 밤은 붉음 이었다. 월정교에서 바라본 경주의 밤은 어둠 속의 빛처럼 눈이 부셨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사물놀이 한판에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아마도 경주 사람들이 어우러져 만든 사물놀이판이 아닐까 싶은데, 그 솜씨가 대단했다. 아름다운 가을 달밤의 풍경보다, 밤에 뜬 태양을 만나듯이 뜨거운 태양이 끓어오르듯 흥을 돋구어주는 한국의 위대한 소리, 북, 장구, 꽹과리, 소고 각기 다른 악기들의 소리와 연주자들의 추임새 그 모든 것이 내 마음을 뜨겁게 열올렸다. 어쩌면 그들이 경주를 사랑하는 마음도 느낄 수 있었던 그날의 감정들을 차분히 되새겨 본다. 고요한 월정교를 걷다가 신명나는 사물놀이에 절로 어깨 춤을 추다가 또다시 고요해진 가을 밤의 풍경을 바라보며 가을에만 느낄 수 있는 낭만에 취했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