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내리는 가을, 어느덧 십일월이다. 올해의 달력이 딱 두장 남았고, 푸르던 나무들은 울긋불긋하게 옷을 갈아입을 때. 추위를 잘 타지 않는 나이지만 가을비가 내리는 날은 제법 쌀쌀해졌다. 그래도 가을의 절정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날도 가을비가 내렸다. 고요한 숲속을 걷다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본다. 빗물의 속도는 빠르지만 내 마음 속엔 느림의 여유가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단풍이 들어 예뻐질 나무들에게 괜시리 말을 건네보고 시원하게 내리는 가을비를 예찬하며 가을의 낭만을 담는다. 그렇게 또 다시 돌아온 가을이니까. 사랑스러운 가을 숲속에서 나 부디 행복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