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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송작가 최현지 Jun 01. 2023

<독파 서평> 조지손더스 소설 [패스토럴리아]

[최작가, 그녀가 사는 세상]

<독파 서평>
조지 손더스 소설 [패스토럴리아]

-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블랙의 삶!
시작은 웃고, 끝은 고뇌하게 되는
신선한 단편집 <패스토럴리아>

#소설추천 #패스토럴리아 #조지손더스

#정영목옮김 #문학동네

조지 손더스 작가의 [패스토럴리아]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날 것 같다. 단편 소설 속에서 장편의 울림이 느껴진다. 그 울림의 이유는 새롭고 신선하되, 발칙하고 괴팍하다. 욕이 서슴없고, 부정의 단어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젬병, 불평, 아수라장, 똥, 모욕, 탐욕, 총, 악 등 그 모든 것이 절망적인 단어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 부정적인 단어들 속엔 현실, 혹은 밑바닥부터 끌어내는 인간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돈과 죽음, 치열한 인간의 분노한 감정들이 막말로 나온다. 단편 시오크에서 '이모는 살면서 평생 좋은 걸 가져본 적이 없어.'라는 말이 있다.

'천사도 없고 작은 바위 집도 없고 꽃도 없는' '이모는 평생 삶을 가져본 적이 없는' '결혼한 적도 없고 아이도 없고, 오로지 일 일 일 만.' - 136

소설이지만, 버니 이모 그녀의 삶은 매 순간이 절망적이고 불운하다. 아쉽게도 그녀의 삶은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일이다. 곳곳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 신문 기사, 인터넷 기사만 봐도 그러한 비참한 삶으로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나. 이 책 속에는 웃다가, 웃지 못할 현실이 담겨 있다. 누군가는 유머스럽고, 재밌고, 발칙하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웃음의 표정이 진지한 표정으로, 때로는 절망하고 때로는 공감하는 이 시대 꼭 읽어보면 좋을 단편 소설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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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는 살면서 평생 좋은 걸 가져본 적이 없어.” 그래서 ‘앰버 미스트’로 결정 난다.
묘지에서 이모가 차지한 곳은 아주 평범하다. 천사도 없고 작은 바위 집도 없고 꽃도 없다. 주차 범퍼 같은 납작한 돌만 잔뜩 있고 여기저기 스티로폼 컵이 널려 있다. 브라이언 신부가 기도를 하고 나면 우리 가운데 한 명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 하지만 할 말이 뭐가 있나? 이모는 평생 삶을 가져본 적이 없는데. 결혼한 적도 없고 아이도 없고, 오로지 일 일 일만. 크루즈를 탄 적이 있나? 평생 버스뿐이었다. 버스 버스 버스. - P 13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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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작, 시오크. 이 단편 소설에서 나는 '버니 이모'가 만나고 싶어졌다. 결혼을 한 번도 한적 없는 이모, 할아버지를 홀로 부양했지만, 할아버지의 재산은 생판 모르는 여자가 상속받는다. 하지만 원한이나 원망을 품지 않고,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말하는 버니 이모의 이야기에 시오크에 가고 싶어 졌다.'세상은 그리스도가 그녀에게 해주는 이야기다. 하나님을 찬양하라.' 종교적인 이야기가 나오는데 똥, 젬병, 이러한 낱말들이 이어지는 자체가 B급 감성이라 더 현실로 느껴졌다. 인생은 병맛, 젬병.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이 있다고 믿는 삶이니. '우아하게 삶의 다음 단계로 이동해야 할 때가 있지.' 한 줄의 문장이 스쳐간다. 과연 우아하게 삶의 다음 단계로 이동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우아하게 사는 삶은 신중한 삶인가, 적극적인 삶인가. 한 줄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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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애들이 이제 그를 보았고 그들은 손으로 자기들이 곧 죽을 거라고 설명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맙소사, 저 애들은 그가 눈이 멀었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가 자기네 아버지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가 그리스도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들은 죽었다. 그들은 제정신이 아니고 그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지만, 그들은 죽었다. 오래전에 죽은 자들처럼 죽었고, 그는 살아 있다. 집에는 그가 필요하다. 그것은 머리를 써 생각할 것도 없는 간단한 사실이다. 아무것도 이걸 두고 그를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는 목구멍 안에서 낮은 절망의 소리를 내면서 로퍼를 걷어차 벗고 물을 가로질러 길고 추한 몸을 내던졌다. - P 242~243

단편 소설 <폭풍>에서 모스의 긴박한 고뇌, 그리고 갈등, 그의 선택을 보며 아빠가 떠올랐다. 아빠라면, 나를 위해 혹은 누군가를 위해 강으로 뛰어들었을 것이다. 만약 그 상황이었다면 모스와 같이 행동할 수 있었을까. 누구든 생명은 소중하기에 모르고 지나갈 수는 없을 것이고, 그 순간이 온다면 119에 신고하거나, 주변의 도움을 요청해서 살리고자 노력할 것이다.

​#책읽는사람들의물결 #독파 #완독 #챌린지
#앰버서거2기 #다섯번째 #성공 #책선물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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