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적에 은행나무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 노랗게 물든 풍성한 은행잎을 사랑하는가, 아니면 노랗게 물들어 떨어지는 은행잎을 사랑하는가. 지금의 나는 후자인 것 같다. 다수의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그 가을의 은행잎은 충분히 사랑받았기에, 나 하나 정도는 저물어 가는 늦가을, 고요하고도 앙상한 은행나무길을 사랑하기로 한다. 얼마나 많은 그대들에게 웃음을 주었을까, 행복을 주었을까,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고요하지만 포근한 은행나무길을 걸었다. 그리고 나는 올 가을과 겨울사이에서 첫눈을 만났다. 참 신기하게도 춥지 않았다. 이른 새벽, 다시 생각해 보아도 나에겐 따뜻한 가을의 첫눈이었다. #23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