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도 좋지만 바다를 더 사랑하는 이유는 아마도 밤바다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캄캄한 밤의 산은 무섭고 두려운 곳이지만, 바다는 밤의 낭만이 있다. 이십대 때는 한해의 마지막은 늘 사람들이 많은 화려한 도심 속 바다로 향했지만 삼십대에 들어서는 도심과 조금은 벗어나 고요함 속 낭만을 찾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다. 부산으로 향하던 마음이, 통영으로 향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유롭게 도보하며 여행할 수 있는 곳. 큰 도시는 언제든 갈 수 있으니, 연말과 연초는 소 도시로 향하는데 한해의 마지막 밤을 통영에서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다. 바다 위로 화려하게 반짝이는 조명과 바닷길을 가로 지르는 통영 유람선이 참 예뻤던 날. 강구안 도보교를 건너면서 바라 보았던 그 해 아름다운 통영의 밤을 추억한다.